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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Health/음식정보

상추의 재발견

• 출처: [JOINS 헬스케어] 기사 본문 읽기


불면증에 걸린 클레오파트라는 숙면을 위해 이것을 먹었고, 히포크라테스는 외과수술 환자에게 진통제 대신 먹였다. 며느리가 고추밭 사이에 심어놓고 남몰래 서방밥상에만 올렸던 스태미너음식. 그게 뭘까? 시저왕은 샐러드로, 고종과 순종임금은 쌈으로 즐겨먹던 그것, 바로 상추다.

지금이야 계절에 상관없이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재래시장에서 1000원어치만 사도 검은 봉지 한 가득 담아주지만 상추는 결코 시시한 채소가 아니다. 오히려 고려시대에는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는 진귀한 채소라 하여 ‘천금채’라 불렀을 정도니까.

동의보감에는 상추가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해 머리를 맑게 한다고 했다. 또한 상추는 차가운 성질이 있어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그래서 요즘처럼 후덥지근한 날씨로 몸이 축 늘어지고 기운 없을 때 먹는 상추는 약이다.

상추를 먹으면 졸음이 올까 봐 피하기도 하는데 이는 상추줄기 속의 흰 우윳빛 액즙 때문이다. 운전 하기 전이나 시험 전인데도 상추쌈이 너무 먹고 싶을 땐 조금 번거로워도 잎맥의 굵은 줄기를 발라내고 먹으면 좀 낫다.

상추는 집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기를 수 있다. 필자도 올 봄에 화분에다 적상추와 녹상추 모종을 반반씩 심어놨다.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주고 가끔 잎을 솎아주니 쑥쑥 잘도 자란다. 내 손으로 기른 무농약 채소인데다 수확하는 보람까지 있으니 왠지 그 맛도 더 좋다. 잘 먹는 우리 다섯 식구도 모종 20개로 일주일에 한 번은 쌈으로, 겉절이로, 샐러드로 충분히 먹는다.

지난 주엔 며칠 동안 비가 온 덕에 상추풍년이 들었다. 싱싱할 때 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상추쌈을 먹었다. 아이 손바닥만한 상추 몇 장을 겹치고 밥 한 수저와 쌈장, 잘 익은 오이지만 올려서 한 입 넘치게 넣고 우적우적 씹는다. 쌉싸래한 상추 맛에 입맛이 돌고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난다. 멸치볶음, 호박전, 낙지젓을 넣고 열심히 싸 먹는데도 좀처럼 줄지 않더니 결국 한 소쿠리가 남았다. 졸지에 애물단지가 돼버린 상추로 이 참에 상추별식 퍼레이드나 한번 해볼까.




 


상추튀김= 전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인 상추튀김은 사실 상추를 튀기는 것이 아니다. 각종 튀김을 양념장과 함께 상추에 싸 먹는 것인데 주로 오징어 튀김을 싸서 먹는다. 튀김은 가까운 분식집에서 사거나 직접 튀기고 싱싱한 상추를 넉넉히 준비한다. 이때, 잊지 말고 준비해야 할 것이 간장, 식초,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넣고 하루를 두어 만든 새콤매콤한 양념장이다. 한 손위에 상추를 펼쳐놓고 튀김을 양념장에 푹 담갔다가 올린다. 양념장 속의 양파와 홍고추도 두어개 함께 넣고 싸서 먹는다. 기름진 튀김과 상큼한 상추, 매콤한 양념장이 서로의 맛을 북돋워주니 환상의 궁합이 이런 것인가 한다. 느끼하지 않아서 자꾸만 싸서 입에 넣게 된다.

상추전= 밀가루6큰술에 약간의 소금과 계란2개를 넣고 잘 풀어준다. 고추장을 넣어 장떡으로 만들어도 좋다. 상추는 잎이 크고 줄기가 굵은 도톰한 놈으로 준비하고 홍고추와 쑥갓은 장식용으로 조금만 있으면 된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반죽을 둥그렇게 펼쳐 올리고 그 위에 상추와 고추, 쑥갓을 보기 좋게 올려 지진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간장, 매실청, 식초를 섞은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별것 넣지 않았어도 상추의 줄기부분이 아삭아삭 씹히고 재료도 맛도 소박해서 좋다. 빗소리 들으면서 상추전 한입 막걸리 한입 하고픈 맘이 든다.

상추떡= 찹쌀가루2컵(시판용)에 물1/2컵과 소금1작은술을 넣고 잘 비벼 준 다음 상추20장을 손으로 서걱서걱 뜯어 넣고 버무린다. 김이 오른 찜통에서 10분을 찌고 뒤집어서5분을 더 찐다. 큰 볼에 담고 뜨거울 때 방망이로 떡을 쳐서 쫄깃하게 되면 둥글게 경단모양을 만들어 콩고물에 굴린다. 쫄깃한 떡을 한입 베어 물면 상추의 은은한 향과 구수한 콩고물이 조화를 이룬다. 영양도 만점이니 간식거리로 좋다..

아직 초복은 보름이나 더 남았는데 날이 덥고 눅눅해서 기운도 입맛도 시원찮다. 이대로 초복까지 있다간 기력이 방전되고 말겠다.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등 메인 보양식은 복날을 위해서 아껴두고 이번 주말엔 싱싱한 상추 한 근 사다가 에피타이저 보양식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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