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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Health/음식정보

콩 발효과학 된장 '팔방 약음식'

한국암예방협회 “매일 된장국을 상식하라” 권장

주부들이 된장을 만들기 위해 메주를 손질하고 있다.


"남의 밥 속에 든 콩이 더 굵어 보인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 "가뭄에 콩 나듯하다." "가마솥의 콩도 삶아야 먹는다." "콩이야, 팥이야 한다." 이렇듯 콩은 우리 속담에 가장 자주 나오는 식품이다. 그만큼 우리 민족과 콩의 인연이 깊고 오래됐다는 것을 뜻이다.

사실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와 만주지역이라는 것은 최근에 밝혀진 일이다. 이화여대가 발간한 ‘한국문화총서-한국의 발표식품’에 “우리나라는 콩 재배 발상지의 일부에 속한다”면서 “서기전 3, 4세기께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씌어 있다.


우리 음식문화에 결정적 영향

농경문화가 자리 잡은 뒤 육식보다 채식을 위주로 했던 우리 민족이 콩에서 단백질을 섭취한 것이다. 콩의 40%가 단백질이다. 콩에는 또 몸에 필요한 거의 모든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의 재배는 곧 ‘대두(大豆)음식문화’를 낳았다. 콩(식품재료)을 더 맛있고 저장성 있는 음식으로 가공한 것이다. 대두음식문화의 으뜸으로는 ‘장(醬)’이 꼽힌다.

우리 조상은 된장을 “팔진미(중국에서 성대한 음식상을 차릴 때 올렸다는 진귀한 8가지 음식의 아주 좋은 맛)의 주인”이라고 명명했다. 음식 맛을 낼 때 가장 으뜸이 되는 게 바로 된장이라는 뜻이다.

된장의 특성은 다섯 가지다. 이를 ‘된장의 5덕’이라고 부른다.

▲다른 맛과 섞어도 제 맛을 낸다(단심·丹心)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한다(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한다(불심·佛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룬다(화심·和心)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음식에서 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는 속담에서도 잘 나타난다.

“된장 신 것은 1년 원수”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 “뚝배기보다 장맛” 같은 속담이 그것이다. 장맛이 한 집안의 흥망성쇠까지 결정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만큼 장은 우리 민족과 친밀했던 것이다.

영국 브리태니커 대사전은 한국의 장을 “한국의 조미료로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기본식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된장을 먹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고조선부터 고려왕조의 역사를 기술한 ‘해동역사’에서는 중국의 ‘신당서’를 인용해서 ‘발해의 명산품으로 ‘시’를 꼽는다. 해동역사는 ‘시’를 ‘배염유숙(配鹽幽菽·콩을 소금과 짝지어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다)’로 해석했다.

이서래 이화여대 식품영향학과 교수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청국장, 된장 또는 짠맛의 메주 덩어리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도 “고구려가 장양(贓釀·장 담그기와 술 빚기) 등의 발효성 가공식품을 잘 제조한다”는 기록이 있다.

장 만들기의 유구한 역사는 음식문화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 중 하나가 끓여먹는 문화, 즉 국물문화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문화를 대표하는 건 국이다. 국은 밥, 김치와 함께 우리 식단의 기본이 되는 메뉴다. ‘조미 없는 국’은 생각할 수 없다. 조미의 재료가 바로 장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경복궁’이라는 한정식을 운영했고 된장연구를 하고 있는 조용석씨(한우음식점 운영)는 “우리에게 음식을 끓여먹는 문화가 없었다면 이번 쇠고기 파동도 없었을 것”라고 전제하면서 “음식을 끓여 먹었기 때문에 양념과 조미 기술이 발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된장이라는 훌륭한 조미료가 없었다면 어떻게 쇠고기의 피(선지)나 곱창을 먹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된 장은 웰빙바람을 타고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콩의 발효과학과 이를 이용한 뛰어난 우리 음식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된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발효음식인 김치 못지않은 건강식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간 기능 강화, 해독작용까지

그렇다면 콩이 발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콩의 주성분은 단백질(40%)과 탄수화물(30%) 그리고 지질(20%)이다. 이외에도 각종 비타민과 칼륨, 인, 철 등 무기성분을 지니고 있는 ‘영양소 덩어리’다.

이들 영양 성분이 쇠고기에 못지않음은 잘 알려져 있다. 콩을 ‘식품성 쇠고기’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콩에는 인체에 필요한 5가지 사포린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이후 유럽에서 콩 제품의 소비증가율은 34%나 된다. 그렇다면 콩을 발효해 만든 된장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 때 된장은 세계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았다. 메주를 띄울 때 번식하는 곰팡이가 암을 유발하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을 생산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아플라톡신은 지금까지 알려진 천연 발암 물질 중에서 발암성이 가장 강한 물질이다. 이런 내용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된장을 애용하는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암 발병률이 낮다는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드디어 최근 상반된 연구결과가 나왔다. 메주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혼합된 상태에서는 아플라톡신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매주에 항암 성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메주 속에 키토올리고당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떻든 한국암예방협회는 ‘암예방 수칙’ 중에 ‘매일 된장국을 상식하라’를 포함시켰다.

또 된장은 간 기능을 강화시켜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 기능 약화는 영양소 분해 능력 감퇴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영양소는 체내에 축적된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 바이러스 등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간 ‘기능성 지표’인 아미노기 전이효소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 밖에 된장의 효능은 무수히 많다. 한방에선 아예 가정용 상비약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해독작용, 소화불량, 부종과 어혈, 임신하혈, 빈혈, 식중독과 설사, 초기 감기는 물론 가벼운 상처, 생손앓이, 두드러기, 벌레물림 등에 사용하면 좋다.

된장이 약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은 된장 속의 풍부한 영양 덕분이다. 100g 당 열량은 128㎉이다. 단백질 12g, 지방 4.1g, 탄수화물 14.5g, 회분, 칼륨, 인, 철분, 비타민 B1, B2도 포함되어 있다.


2008 07/22   뉴스메이커 784호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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