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의 개구리밥 양탄자 :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에 개구리밥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늪으로 1998년 3월 국제습지조약의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꺅도요의 아침식사 : 꺅도요 한 마리가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2008/10/17 中國 따오기 부부 국민적 관심속에 '안착'
따오기 왔다.."안녕! 대한민국"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오는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경남도에서 열리는 환경올림픽인 '제10차 람사르 총회'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따오기 한쌍이 17일 오후 중국에서 전세기편으로 김해공항에 도착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198호인 따오기는 이날 우리나라에 도착해 검역을 받은 뒤 보금자리인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돼 사육된다.
2008/10/28 10차 람사르총회 경남 창원에서 개최
습지 보전을 위한 지구촌 환경축제인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Ramsar Cop 10)가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두대동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개막됐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Healthy Wetlands, Healthy People)’을 주제로 11월4일까지 열리는 총회에는 150여개국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가했다....
순천만 습지 : 전남 순천시 순천만 습지
순천만의 갈대군락지
순천시 교량동과 대대동,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는 순천만 갈대밭의 총 면적은 약 15만평에 달하여 갈대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 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수 지점부 터 하구에 이르는 3㎞쯤의 물길 양 쪽이 죄다 갈대밭으로 뒤덮여 있다.
그것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거나 성 기게 군락을 이룬 여느 갈대밭과는 달리,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욱 자란 갈대들이 빈틈없이 밀생(密生)한 갈대밭이다.
갈대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갈대의 북슬북슬한 씨앗 뭉치가 햇살의 기운에 따라 은빛 잿빛 금빛 등으로 채색되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다. 게다가 때마침 불어온 갯바람에 갈대숲 전체가 일제히 흐느적거리는 풍경은 망망한 바다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장엄하고 아름답다.
갈대밭에 파묻히다시피 한 대대동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가장 넓은 군락지를 이루며, 해룡면 상내리의 와온마을은 드넓은 갯벌을 무대로 펼쳐지는 낙조를 감상할 있는 곳이어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39.8km 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1.6㎢의 갯벌, 5.4㎢의 갈대밭 등 27㎢의 하구 염습지와 갯벌로 이루어진 순천만 일대에 갈대밭만 무성한 게 아니다. 멀리서 보면 갈대밭 일색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물억새, 쑥부쟁이 등이 곳곳마다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루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하구의 갈대밭 저편에는 불그스레한 칠면초 군락지도 들어서 있다.
또한 이곳은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인 희귀조이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1종이 날아드는 곳으로 전 세계습지 가운데 희귀 조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희귀 조류 이외에도 도요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기러기 등을 포함해 약 140종의 새들이 이곳 순천만 일대에서 월동하거나 번식한다고 한다.
문의처 : 순천시청 문화홍보과 061-749-3328
부가정보관리처 : 순천시청
주변관광지 : 낙안민속마을, 상사호
지역특산물 : 장어, 더덕, 사삼주, 작설차, 고들빼기, 단감, 매실
음식점 : 대원식당(061-744-3582 : 갈비찜, 홍어찜) , 길상식당(061-755-2173 : 산채정식)
용늪 : 강원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 용늪. 용늪은 1997년 3월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두웅습지 :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사구의 두웅습지. 2007년 12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강원도 김화군 남대천 습지는 왕버들 군락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경관이 뛰어난 습지로 나타났다. 민통선 습지에는 전 세계에 28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두루미 800마리가 월동한다.
주남저수지
동강
주산지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읍 이전리
청송에 가게 되면 주왕산과 더불어 주산지를 한번은 둘러볼만하다. 딱히 볼것이 대단 한 건 아니지만, 다른 곳에는 없는 풍광이 펼쳐지고, 저수지 옆으로 길게 산책로가 꾸며져 있어 잠시의 여유를 즐기기엔 나무랄게 없다. 특히 주왕산입구에서 차로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고, 주왕산에서도 경치 좋기로 유명한 절골계곡 옆에 있어 주왕산과 연계한 잠시의 쉼터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곳에는 많게는 300년,적게는 100여년 된 왕 버드나무들이 물속에 몸의 반을 담그고 자라 있는 데, 국내에선 유일한 모습이다. 행여 아프리카에서 바닷물이 들때 숲 전체가 물에 잠기던 장관을 상상하고 간다면 실망이 커겠지만, 그저 물 속에 잠긴 나무 한그루의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간다면 그 기묘한 자태를 잠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여정이 된다.
크기만을 따진다면 주산지는 퍽이나 초라하다. 겨우 6천여평의 크기에 저수지 한쪽면에 아름드리 고목들 2, 30여 그루가 물속에서 제 그림자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주산지가 가장 아름다울때는 봄 가을이다. 주왕산에 수달래가 한창일무렵 주산지에는 고목에서 돋아나는 파란 새순에 저수지 전체가 살아있는 듯 하고, 여름에는 저수지 전체가 온통 녹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주산지가 조성된 지는 오래다. 조선 숙종 46년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인 10월 경종원년에 준공하였다고 전해진다. 6 천여평 남짓한 면적에 지금도 60여가구가 이 물을 이용, 농사를 짓고 있다.
문의처관리사무소 TEL : 054-873-0014
부가정보주변여행지간거리 : 주왕산15분, 달기약수30분, 청송민속박물관20분
■ 한반도 가로축 'DMZ일대 곳곳 토막' 생태계 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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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에서는 수색과 매복, 감시초소 보급작전 등 일상적인 군사활동과 시야를 트기 위한 인위적 산불놓기가 연례적으로 이뤄져 '천혜의 원시림'과 같은 곳은 없다. 그러나 산불이 나고 회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숲은 초지부터 키 큰 나무까지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고, 겉보기엔 빈약하지만 어느 생태계보다 역동성이 크다.
과거 농경지이던 비무장지대 서부지역은 온대지역 특유의 습지지대로 바뀌었다. 이곳의 하천은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이번 조사에서 비무장지대 안을 흐르는 강원도 김화군 남대천 습지는 왕버들 군락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경관이 뛰어난 습지로 나타났다. 민통선 습지에는 전 세계에 28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두루미 800마리가 월동한다.
강원도 화천·양구 등 중·동부 산악지대는 주요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핵심구역 못지않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다.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는 2005년 군부대의 적외선 감시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촬영됐고, 철원 적근산에서도 군 작전도로로 이동하는 반달가슴곰을 순찰하던 군인들이 목격하기도 했다.
비무장지대는 정전협정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 비무장지대 남쪽지역의 생태계 조사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유엔사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은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자연하천 14곳과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 32곳을 확인했다.
강원도 철원군 계웅산 관측소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에델바이스라고도 불리는 왜솜다리 (환경부 법종보호종)
강원도 인제군 향로봉-무산일대에서 집단군락지가 발견.
■ 영월 물무리골 자연습지 생태학습장이 천혜의 생태 망친다
석회암 지대 희귀 동식물 낙원 “동강 못잖아”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멸종위기종 2급인 산작약은 최근 새로운 분포지가 발견되기 전까지 이곳이 유일한 자생지였고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백부자의 큰 집단도 여기에 있다"며 "석회암 지대의 드문 자연습지인데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들이 적지 않아 보존가치가 동강 못지않다"고 말했다.
곤충도 매우 다양하다.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은 "최근 물무리골에서 팔랑나비과의 신종 후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른 미기록 곤충도 여럿 있을 수 있는 곳을 조경위주로 개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은 "잠깐 둘러보았는데도 멸종위기종인 삵을 비롯해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의 발자국을 확인했다"며 "부근 숲에서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모여드는 좋은 서식 여건"이라고 말했다.
2008-08-13 한겨레
영월 물무리골 자연습지
생태학습장이 천혜의 생태 망친다
석회암 지대 희귀 동식물 낙원 “동강 못잖아”
멸종위기종 분포실태 조사도 없이 공사허가
산작약, 백부자, 삵 등 희귀 동·식물이 다수 분포해 있는 천혜의 자연습지가 생태학습장 공사로 위협받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물무리골은 단종 능이 자리 잡은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의 장릉 북쪽 300m 지점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샘물이 흘러들어 달뿌리풀이 키높이로 우거진 바닥엔 발이 푹푹 빠지는 자연습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는 보기 힘든 자생란인 잠자리난초가 여기저기서 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지가 손꼽을 정도로 적은 좀개미취, 거센털지치, 물쇠뜨기, 진퍼리잔대, 까치수영 등 희귀식물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배수로·방부목 등 이미 훼손 시작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멸종위기종 2급인 산작약은 최근 새로운 분포지가 발견되기 전까지 이곳이 유일한 자생지였고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백부자의 큰 집단도 여기에 있다"며
"석회암 지대의 드문 자연습지인데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들이 적지 않아 보존가치가 동강 못지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원주지방환경청은 자연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물무리골을 현장 조사한 결과 사업지구 안에서 산작약 7개체와 참작약, 닭의난초 등을 확인했다.
사업지구에서 20m쯤 떨어진 산에서는 백부자 군락도 발견했다.
산작약 자생지는 5년 전 물무리골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강원도에서 2곳이 더 발견됐으나, 약초채취꾼 등이 무분별하게 캐가 자생지 유지가 위태로운 형편이다.
산작약은 훌쩍 큰 키에 분홍색의 예쁜 꽃을 달고 있어 쉽사리 눈에 띈다.
곤충도 매우 다양하다.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은 "최근 물무리골에서 팔랑나비과의 신종 후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른 미기록 곤충도 여럿 있을 수 있는 곳을 조경위주로 개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은 "잠깐 둘러보았는데도 멸종위기종인 삵을 비롯해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의 발자국을 확인했다"며 "부근 숲에서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모여드는 좋은 서식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착공한 생태학습원 조성공사로 이미 습지 일부는 훼손되고 있다.
습지로 흘러드는 계류를 따라 바닥을 고르고 방부목으로 호안을 하는 배수로 공사가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현 박사는 "희귀한 습지식물이 계류 주변에 많았는데 상당수가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조 국장은 "배수로가 양서파충류의 이동로를 차단하고 방부목의 중금속에 의한 장기적 오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화승건설㈜ 관계자는 "훼손된 잡초는 1년만 지나면 다 복구된다"고 말했다.
논란 일자 일단 공사 잠정 중단
영월군이 20억원의 사업비(국비 10억원)를 들여 추진하는 물무리골 생태학습원 조성사업은 문화재인 장릉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자는 의도로 지난해 시작됐다. 7만5617㎡의 터에 관찰데크, 산책로, 야생초 화원, 애련지, 생태연못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안백운 영월군 문화재관리계장은 "습지에 외부식물이 들어오는 등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고 숲이 너무 어수선해 산불 위험이 있어 탐방객을 위한 최소한의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영월군은 물무리골의 보전가치 논란이 일자 지난달부터 잠정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법적으로 공사를 중단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물무리골은 도시계획구역 안에 위치해 사전환경성검토를 받을 필요도 없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업대상지의 현상변경을 허가하면서 배수로 정비계획을 세울 것과, 자연생태계와 습지가 잘 보전된 지역이기 때문에 인위적 이식을 최소화할 것 등의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영월군은 물무리골의 멸종위기종 분포실태 등 제대로 된 생태조사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생태학습장 조성계획을 보면, 연꽃 5340촉, 찔레 6천주 등 이곳에 없는 식물을 심을 예정이고 습지 주변에 1357m 길이의 산책로를 설치하는 한편 습지 안에 881m 길이의 데크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습지의 교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진오 박사는 "물무리골의 희귀 동식물은 이 지역에 관광객 유입 이상의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며 "적어도 1년간 공사를 중단하고 생태조사와 저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월/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국내 최대의 억새밭 사자평, 밀양얼음골 등 '영남의 알프스’
노랑무늬붓꽃 삵 하늘다람쥐 매 등 희귀동식물의 보고
국내최대의 억새밭이 펼쳐진 사자평 전경
경남 밀양시와 울산시 울주군이 만나는 재약산 700~800m 고도에 펼쳐진 사자평은 면적이 330만㎡(100만평)가 넘는 전국에서 가장 큰 억새밭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생태와 경관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사자평은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 등 8개 산악무리의 가운데 자리 잡은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층습지인 산들늪을 품고 있다.
2008-03-19 한겨레
‘영남 알프스’ 한복판 330만㎡ 사자평 막개발 우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재추진 논란
최대 규모 억새·고층습지, 막개발에 고스란히 노출
가지산도립공원의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추진되면서 국내 최대의 고산평원인 사자평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남 밀양시와 울산시 울주군이 만나는 재약산 700~800m 고도에 펼쳐진 사자평은 면적이 330만㎡(100만평)가 넘는 전국에서 가장 큰 억새밭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생태와 경관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10년 끌던 사업 본격 추진…다른 지자체에도 큰 파급
밀양시는 10년째 지지부진하던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해 현재 사전환경성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밀양시 상공회의소가 낙동강환경관리청에 낸 사전환경성검토서 재보완 보고서를 보면, 산내면 삼양리 얼음골종합관광지에서 677m 높은 천황산(해발 1189m) 능선까지 1759m 길이의 삭도를 설치해 ‘산내-단장 관광벨트화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천황산 능선에 22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케이블카로 고산평원에 오른 관광객을 위한 천문대와 고산식물원 건립, 습지생태탐방로 개설, 표충사 연결도로 건설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다.
사자평에서 바라본 주변 산맥
최동호 낙동강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의 형상변경에 대한 문화재청의 의견을 들어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케이블카가 환경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사업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심의할 것이며 필요하면 현장조사를 벌일 방침임을 밝혔다. 밀양 케이블카 사업의 승인 여부는 강원 양양, 전남 구례 등 케이블카 설치가 지역 현안인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랑무늬붓꽃 삵 하늘다람쥐 매 등 희귀동식물 보고
사자평은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 등 8개 산악무리의 가운데 자리 잡은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층습지인 산들늪을 품고 있다. 재약산(1108m)의 7부능선에 자리잡은 산들늪은 과거 농경지로 이용되던 논과 밭이 면적 58만㎡의 습지로 바뀐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노랑무늬붓꽃의 남한계 분포지이자 삵, 하늘다람쥐, 매, 꼬마잠자리 등 희귀동식물이 분포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사자평은 양쪽 능선의 습기를 많이 머금는 지형적 요인과 오랜 벌목, 화전, 방목 등 인위적 요인이 겹쳐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고산평원 경관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고층습지가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훼손과 막개발에 고스란히 노출돼 왔다.
이수완 밀양참여자치시민연대 환경분과위원장은 “사자평 한가운데로 난 군 작전도로와 산림청이 임대한 목장용 도로가 오프로드 자동차와 산악자전거, 등산객의 산림훼손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케이블카 건설은 사자평 막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작전도로와 집중호우가 겹쳐 표충사에서 사자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어른 키 이상 침식돼 있다.
“도립공원 편입시키면 보전과 이용 조화 가능”
이에 대해 밀양시 경제투자과 김윤만씨는 “케이블카 사업은 여름 한 철 북적이는 얼음골을 사계절 관광지로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 울주군도 사자평을 고산 생태체험 관광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산평원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사자평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자평의 주요 땅소유자인 사찰 표충사가 산들늪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자청했음에 주목한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 지역을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사자평을 인근 가지산도립공원에 편입시키면 용도지구에 따라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밀양/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오프로드 자동차로 인해 재약산 꼭대기까지 깊게 패인 상처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 자연공원에 설치된 케이블카 대부분 적자
자연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는 강원 양양, 경남 산청, 전남 구례, 울산 울주 등 전국 10여곳에 이른다. 지자체들은 지역의 관광개발을 위해 케이블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환경파괴 우려가 커 대부분 몇년째 해묵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2001년부터 설악산의 오색~대청봉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 양양 지역 도·군의원들은 지난 12일 “케이블카 설치에 도가 나서달라”는 건의문을 도지사에게 전달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 6일 지리산, 월출산, 무등산 등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노약자와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자고 나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리산에는 구례군이 1990년 온천랜드를 조성할 때부터, 영암군은 2004년 월출산에, 광주시는 무등산에 각각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왔으나 문화재보호구역에 인접해 있거나 환경파괴의 가능성 때문에 무산돼 왔다.
케이블카 설치는 시설 그 자체의 영향보다는 종착지가 새로운 개발의 거점이 된다는 점에서 환경당국도 쉽사리 허가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또 형평성 때문에 어느 한 지자체에 선뜻 설치를 허용하기도 힘들다. 지리산에는 5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원하고 있다.
케이블카 난립을 막으려고 환경부는 2004년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지침’을 통해 “엄격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케이블카는 설악산, 내장산, 대둔산, 팔공산, 금오산, 두륜산 등 6곳에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 운영은 적자 상태이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대덕산~금대봉 계곡 희귀식물들이 밟힌다
인터넷 소문으로 동호인들 몰려 꽃들 ‘비명’
대덕산·금대봉에 탐방객이 몰리는 이유는 한강 발원지인 검용소가 위치하는데다 '산상화원'으로 일컬어질 만큼 국내 최고의 야생화 답사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이면 산나물 채취꾼들이 몰려든다.
2008-06-12 한겨레
대덕산~금대봉 계곡 희귀식물들이 밟힌다
인터넷 소문으로 동호인들 몰려 꽃들 ‘비명’
떼거리 관광객들 무심코 딛는 발길에 ‘횡사’
■ 인터넷 손끝의 '위력'
태백산 북쪽에 있는 금대봉(해발 1418m)에서 꽃산행을 하던 한 아마추어 식물애호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텔레비전 안테나와 비슷한 독특한 꽃 모양이 얼마 전 백두산에서 본 나도범의귀와 꼭 같았다.
북한의 부전고원과 두만강 유역 등 추운 곳에만 사는 식물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소식은 인터넷을 타고 식물동호인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식물학계엔 보고도 되기 전이었다.
연휴 첫날이던 지난 6일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사무소에서 20여명의 사진동호회원들과 환경감시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감시원은 자연훼손을 이유로 촬영용 삼각대 반입을 막으려 했지만 동호회원들은 "그런 규정이 어딨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환경감시원 김병철씨는 "지난 한 달 내내 나도범의귀를 찍으려는 동호인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박사와 함께 나도범의귀 생육지를 찾았다. 모두 100여 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아서 식별도 쉽지 않은 이 식물 주변엔 온통 발자국 투성이었다. 그러나 태백시가 설치한 인공구조물은 나도범의귀의 더 넓은 자생지를 뭉개고 들어서 있었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육지는 모두 합쳐야 40㎡가량에 지나지 않았다.
■ 무심한 발길의 '치명타'
지난 7일 널따란 주차장에 차를 댄 관광객들이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대부분 한강 발원지인 검용소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무심코 밟고 다니는 길 가장자리 곳곳엔 희귀식물인 대성쓴풀이 자라고 있었다.
이우철 전 강원대 교수가 1984년 학계에 미기록종으로 보고한 이 식물은 몽골과 러시아 캄차카 등 북방계 식물이다. 북한에서도 보고되지 않은 이 식물이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금대봉에서 자라는 이유를 학계는 아직 모르고 있다.
현진오 박사는 "빙하기가 물러나면서 석회암 지대의 특이한 환경 때문에 북방계 고산식물의 드문 삶터로 남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관광객을 위한 진입로 공사를 위해 자동차가 드나들면서 이 식물의 상당수가 사라졌다. 대성쓴풀은 개망초 등 외래종과 함께 햇빛이 잘 비치는 길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어서, 외래식물 제거작업 때 한순간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커 보였다.
강원도 태백시 대덕산(해발 1307m)과 금대봉 사이의 계곡 4.2㎢는 우리나라에서 좁은 지역에 가장 많은 멸종위기·희귀 식물이 분포하는 곳으로 꼽힌다.
환경부(당시 환경처)가 1993년 이 일대를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참꿩의다리·털개불알꽃·홀아비바람꽃 등 한국 특산식물 15종과 털댕강나무·바이칼바람꽃·나도양지꽃 등 희귀식물 16종,
대성쓴풀·한계령풀·나도파초일엽·가시오갈피·개병풍 등 법정보호종이거나 그에 준하는 특수식물이 자생하고, 꼬리치레도롱뇽과 도마뱀의 집단서식지가 발견되는 등 생태가치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97년 이 보전지역의 관리가 강원도로 이양되고, 태백시가 도비 지원을 받아 실무를 맡은 뒤부터 애초 '절대보전' 취지는 변질되고 있다.
강원도는 이곳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 4월 타당성 검토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모두 30억원의 국비를 들여 생태탐방로, 야생식물 학습장과 증식장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위국진 태백시 환경보호과장은 "연간 6만명이나 탐방객이 찾아온다"며 "자연을 보존하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시설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이 사업의 목적을 좀 더 분명하게 "자연생태자원의 보전은 물론 지역 학생들의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의 소득도 증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진오 박사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애초 보전과 연구가치가 큰 좁은 지역을 절대 보전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며 "지정 취지와 어긋나는 이용계획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학술적 연구가치가 큰 지역" 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및 도래지 등으로서 보전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보전과 이용을 모두 추구하는 국립공원보다도 더 엄격히 보전해야 하는 곳이다.
대덕산·금대봉에 탐방객이 몰리는 이유는 한강 발원지인 검용소가 위치하는데다 '산상화원'으로 일컬어질 만큼 국내 최고의 야생화 답사지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이면 산나물 채취꾼들이 몰려든다.
주말엔 400~500명, 성수기엔 1천명 이상의 탐방객이 몰리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인원은 계약직 직원 5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 숲 해설사이자 식물모니터링 담당자인 김부래씨는 "희귀식물을 채집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관리자들이 이를 막는 것은 애초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태백/글·사진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생태계의 보고’ 남한강변 습지
두모소 부처울 여우섬 경기 강원 충북 만나는 세물머리 등 이름만큼 경관 빼어나
중·하류 모두 56개 습지 중 11곳 보전가치 높아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 금당천 하류의 강변습지. 섬강교 하류 모습. 경관이 수려하고 곳곳에 철새도래지가 있다.
홍수에 쓸려온 모래와 자갈이 쌓이고, 그 위에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생겨난 남한강의 강변습지 이름이다. 서식지가 다양하고 먹이가 풍부해 생태계가 살아있고, 아름다운 강변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경기도 여주군 양촌리에는 남한강 중·하류의 전형적인 자연습지가 펼쳐져 있다. 부처울 습지는 이천시를 관통한 복하천이 남한강과 만나 힘을 잃고 실어 나르던 토사를 부리면서 형성됐다. 갯버들과 갈대가 무성한 거대한 모래톱 안에는 크고 작은 늪지 형태의 웅덩이가 펼쳐져 있다. 환경부는 가장 보존가치가 큰 남한강 습지로 두모소, 물굽이 습지와 함께 부처울 습지를 꼽는다.
신륵사를 지나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에 이르면 정부가 한 번도 생태조사를 하지 않은 강변 습지가 펼쳐진다. 금당천이 흰 백사장과 누런 덤불숲 사이를 구불거리며 흐르다 남한강의 여울로 섞여든다. 제방 위에 널린 너구리의 배설물이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남한강교를 벗어나면서 상류 쪽으로 본격적인 강변습지가 나온다. 제법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갈대밭과 갯버들 뗏장 사이에서 갑자기 웅덩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천습지로는 장항습지 등 한강하구와 우포늪 등 낙동강 하구가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남한강에도 일반인에게 덜 알려졌지만 강변습지가 여럿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2년 전국 내륙습지 실태조사 결과 충주댐 이남의 남한강 중·하류에는 모두 56개의 습지가 있으며 이 가운데 11곳의 보전가치가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남한강의 습지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지천이 합류하는 곳에 형성되는 삼각주 형태와 강 속 섬인 하중도, 그리고 강변을 따라 띠처럼 이어지는 습지가 그것이다.
청미천이 흘러드는 남한강 일대에는 애초 커다란 섬이 있었다. 그러나 홍수로 쓸려온 토사가 섬 뒤편을 메우면서 섬은 육지가 됐다. 기다란 호수가 옛 강 길의 흔적으로 남았다. 여주군 굴암리의 바위늪구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관목 숲과 억새가 가로 세로 약 1㎞의 강변을 뒤덮고 있고 그 가운데 길이 750m, 폭 250m의 호수가 자리 잡았다. 모래톱에서 번식하는 희귀 민물거북인 남생이가 살지만, 골재채취와 낚시꾼, 군부대의 숙영활동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서 2㎞쯤 상류로 오르면 이른바 ‘세물머리’가 나온다. 청미천, 섬강, 남한강이 경기, 강원, 충북과 함께 여기서 만난다. 물이 크게 굽이치면서 청미천 하구에서부터 방대한 강변습지가 펼쳐져 있다.
청미천과 섬강이 남한강에 합류하는 `세물머리'의 위성사진. 대규모 습지가 발달해 있다.
하천이 합류하는 곳엔 여울과 소가 어우러져 수심이 다양하고 하상도 모래와 자갈 또는 펄이 가라앉는 등 여러 가지다. 플랑크톤과 수서곤충, 물고기 등도 다채롭게 서식한다. 강변에 고인 늪과 식생대까지 어울려 생태계가 살아있다.
여기서부터 충주와 원주의 경계를 흐르는 남한강은 밋밋한 직선구간이지만 강변을 따라 늘어선 기다란 강변습지들이 절경을 이룬다. 하중도이다가 조내늪으로 남겨두고 육지로 바뀐 비내섬 습지에 이어 하중도인 하청습지와 여우섬 습지가 차례로 나타난다.
하중도인 여우섬은 아마 보통 때는 보이다 물이 불어나면 사라져 그런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 강바닥에 징검다리처럼 늘어선 암석 위에는 비오리 등 철새들이 까맣게 앉아 있다. 목계나루터를 지나 충주 조정지 댐에 이르기까지 강물은 다시 한 번 크게 굽이친다. 홍수 때마다 물길이 달라지면서 두모소 습지, 장자늪 등 배후습지들이 이어진다.
여주 강변습지의 단양쑥부쟁이 멸종위기
남한강의 마지막 특산식물. 멸종위기 몇번 넘나들며 여주 강변서 겨우 연명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단양쑥부쟁이가 분포하는 습지를 한반도의 강 주변에서 꼭 지켜야 할 7개 대상지의 하나로 선정했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에 사는 원종이 한반도에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가는 변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식물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변종인지 또는 신종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박사는 말한다.
단양쑥부쟁이는 특산종으로서의 보전가치 말고도 다른 이용가치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동욱 박사는 “다른 쑥부쟁이와 달리 키가 커도 쓰러지지 않고 척박한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 원예종으로 개발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 한국의 각종 야생화 자생지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강원도 대관령 이북과 중국·시베리아·일본·유럽·북미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가 분포의 남한계지에 해당하고 희귀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한 보호종이다.
습지의 물가에서 주로 분포하며 키가 1m까지 자란다. 6~8월에 흰 꽃을 피운다.
독미나리에는 키큐톡신이란 독성물질이 들어있는데, 사람이 먹으면 한 시간 안에 구토, 복통 등을 일으키며 경련과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뿌리 부분에 독성이 심해 한 입만 먹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리스에서 독미나리를 독배 원료로 써 소크라테스를 처형할 때 이것이 쓰였다는 주장이 있으나, 북부 유럽이 자생지인 이 식물을 지중해 지역에서 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성이 약한 어린 잎을 먹거나 약용으로 쓰기도 한다.
독미나리는 보통 미나리에 비해 잎자루에서 갈라진 가지가 더 많고 이파리의 톱니가 더 깊이 패여 있으며, 키가 큰 차이가 있다.
여주 강변습지의 단양쑥부쟁이 멸종위기
남한강의 마지막 특산식물. 멸종위기 몇번 넘나들며 여주 강변서 겨우 연명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단양쑥부쟁이가 분포하는 습지를 한반도의 강 주변에서 꼭 지켜야 할 7개 대상지의 하나로 선정했다.
남한강의 냇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잎이 가늘어 ‘솔잎국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에 사는 원종이 한반도에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가는 변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식물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변종인지 또는 신종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박사는 말한다.
단양쑥부쟁이는 특산종으로서의 보전가치 말고도 다른 이용가치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동욱 박사는 “다른 쑥부쟁이와 달리 키가 커도 쓰러지지 않고 척박한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 원예종으로 개발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단양쑥부쟁이는?
일명 솔잎국화…척박한 땅에서도 잘 커 원예종 ‘맞춤’
남한강의 냇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잎이 가늘어 ‘솔잎국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에 사는 원종이 한반도에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가는 변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식물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변종인지 또는 신종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박사는 말한다.
단양쑥부쟁이는 특산종으로서의 보전가치 말고도 다른 이용가치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동욱 박사는 “다른 쑥부쟁이와 달리 키가 커도 쓰러지지 않고 척박한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 원예종으로 개발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2008-01-25 한겨레
“잡초요? 평생 연구해도 그런 풀 없던데요.”
“잡초는 없어요…모든 풀은 쓸모가 있답니다”
강병화(61·사진·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씨는 지난 24년 동안 우리 땅에 나는 ‘야생풀’을 조사하고 씨앗을 채집하느라 전국을 누볐다.
그의 관심사는 깊은 산의 희귀식물도 야생화도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풀들이다.
“주로 많이 다닌 곳은 시궁창, 논, 개펄 그런 뎁니다.”
농과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그는 잡초 연구자들이 모두 제초제에만 관심을 쏟는 것이 의아했다. 잡초를 제대로 연구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잡초란 흔히 원치 않는 식물을 가리킵니다. 밭 냉이는 잡초이고 들판 냉이는 나물이지요. 하지만 농토 밖에도 수많은 풀들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다 쓸모가 있어요. 잡초는 유용식물입니다.”
그 용도는 식용·약용·사료용·꿀채취용·관상용·공업용·퇴비용 등 끝이 없다. 그 효용을 우리가 다 모르거나 잊었을 뿐이다.
그는 “먹을 게 부족한 북한이 남쪽보다 약초 연구가 더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잡초 유전자원은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기도 하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영양분이 많은 둥근매듭풀은 미국에서 사료작물로 개량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일찌기 잡초의 유전적 가치에 눈 떴다. 1999년엔 한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고려대에 야생 초본식물자원 종자은행을 설치했다. 현재 강 교수의 연구실에는 그동안 모은 야생풀 약 1600종의 씨앗이 냉동보관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야생풀의 종자가 체계적으로 보관돼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종자는 세 곳의 냉동고에 나눠 보관했다.
“씨앗의 수분을 5% 이하로 낮춰 냉동 보관하면 수백년 뒤에도 싹을 틔워 증식할 수 있습니다.”
유용성보다 제초제 연구만 하는 데 ‘의문’
종자를 모으는 일은 간단치 않다. 지난해 오대산에서 노란잔대 씨앗을 얻기까지 네 번 산에 올라야 했다. 꽃으로 종을 가려낸 뒤에도 씨앗이 덜 여물거나 너무 익어 땅에 흩어져 버리기 전에 받으려면 같은 곳을 뻔질나게 다녀야 한다. 덜 익은 씨앗을 보관했다가는 썩어 못 쓰게 된다.
그는 “길가에 씨앗을 매단 풀이 보이면 차를 타고 가다가도 내리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실에는 외국에 여행하다 이렇게 채취한 씨앗자루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종자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2004년 끊겼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보다 더 늦기 전에 야생초의 씨앗을 받는 게 급하다는 걸 심사위원들은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3권 무게 15kg짜리 ‘생약자원도감’ 펴내
이후 3년간 그는 자칫 쓰레기로 버려질 우려가 있는 조사결과를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다음달 출간될 ‘한국 생약자원생태도감’ 세 권에는 3천쪽이 넘는 분량에 12만장의 사진이 담겼다. 평생 발품을 판 결과인 셈이다.
무게만 15㎏인 이 책을 출판기념회 참가자에게 나눠 줄 수도 없어, 그는 내용을 간추린 ‘한국 생약자원 생태사진전시회’를 지난 21일부터 고려대 자연계 하나스퀘어 전시관에서 열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야생초 사진 2천500여장과 종자 샘플을 볼 수 있다. (02)3290-3462.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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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 이야기
■ 새만금개발로 인한 서해 개펄의 파괴와 도요새
큰뒷부리도요새 새만금 간척 이후 조개들이 떼죽음한 모습
2008년 10월 28일 한겨레
새만금의 서해 갯벌의 파괴와 큰뒷부리도요새
내장 극한까지 줄이고 뇌 교대로 자며 장거리 여행
새만금 ‘주유소’ 파괴 북행길 차질…총회 보고 주목
큰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란 새가 있다. 긴 다리와 위로 휘어진 긴 부리가 독특한, 도요새 가운데는 제법 큰 종류다. 큰뒷부리도요 가운데 ‘E-7’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가을 북극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1700㎞를 논스톱으로 날아, 새들 가운데 인간이 확인한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자들이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처음으로 확인한 이 새의 이동경로는 놀랄 만하다.
먼저 3월 중순 뉴질랜드에서 1만300㎞를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날아 서해 개펄에 도착했다. 한 달 반쯤 쉰 뒤 알래스카까지 6500㎞를 엿새 밤낮으로 비행했다. 북극에서 번식을 마친 8월말에는 중간에 기착하지 않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9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이 거리를 제트여객기로 가는 데도 23시간이 걸린다. 이런 장거리 여행에는 여객기 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연료가 필요하다. 기껏 몸무게 500g인 이 새는 무슨 힘으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 먼 거리를 날아갈까.
길을 떠나기 전 큰뒷부리도요는 연료용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미친듯이 갯지렁이 등을 포식한다. 그러나 체중이 너무 무거우면 비행이 불가능하니 내장을 줄이는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위장과 창자 등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다. 출발 직전 큰뒷부리도요의 몸속엔 지방, 뇌, 그리고 날개근육이 전부다.
비행의 길잡이는 낮 동안엔 몸속의 자성물질 나침반과 태양의 편광을 밤엔 별자리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날면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돌고래나 청둥오리처럼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자는 방법을 채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행길엔 서해를 들르지만 남행 때 직행하는 것은 유리한 풍향 등 철새만이 알아낸 ‘태평양 이동 루트’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 유력하다.
새만금 개펄엔 해마다 1만마리 이상의 큰뒷부리도요가 찾아온다. 개펄이 매립되면서 지난해엔 전년보다 3천마리나 줄었다. 새들에겐, 갈 길은 먼데 마지막 주유소는 문을 닫은 고속도로인 셈이다.
붉은어깨도요는 큰뒷부리도요 비슷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베리아를 해마다 왕복하는 지구촌 방랑자다. 새만금에는 전세계 붉은어깨도요의 3분의 1이 들러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웠지만 간척 이후 도래수가 12만 마리에서 3만 마리로 격감했다.
습지보전을 위한 지구촌 잔치인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오늘부터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새와 생명의 터 등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사업이 아시아 최대의 철새 이동경로에 끼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총회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한국판 두바이’로 개발하려는 밑그림을 최근 발표했다. 습지파괴는 그치지 않는데, 습지보전을 하자는 큰 잔치가 시작됐다. 큰뒷부리도요의 멋진 비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2008년 4월 24일 한겨레
도요새, 새만금 버리고 금강으로 가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2년…철새 기착지 기능상실
초원·사막화한 개펄 외면…서해안 쉴 곳은 이제 금강 하구뿐
탐조용 망원경인 필드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일 무어스(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외쳤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온 교사 에밀리 스타일스는그가 부르는 내용을 복창하며 공책에 받아 적었다.
한 무리의 도요새가 수면에 스치듯 금강 하구에서 유부도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지난 18일 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에 나선 국제 조사단원 일부가 충남 서천군 장항선착장에서 새들을 세고 있었다.
도요새들은 수십~수백 마리씩 떼지어 낮은 고도로 강 중앙을 따라 서쪽으로 날아갔다.
“위험한 부두시설과 천적을 피한 저공비행입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다른 데선 먹이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죠.”
나일 무어스는 이제 금강 하구는 서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도요새들의 주요한 기착지라고 설명했다.
어선을 타고 금강하구의 무인도인 대죽도로 향했다. 만조가 가까워져 오자 도요새들은 좁아 드는 개펄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먹이잡이에 몰두했다. 도요새나 물떼새를 보려면 만조를 노려야 한다. 개펄에 넓게 퍼져 먹이를 찾던 새들이 밀물 때 좁아든 곳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중부리도요가 특유의 높은 소리로 외지인의 침입을 알렸다. 맹금류인 새매가 출현하자 수천마리의 뒷부리도요가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했다. 마치 겨울철새인 가창오리의 군무 같다. 섬의 모래톱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검은머리물떼새 400여 마리와 저어새 8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겨울 난 큰뒷부리도요새의 휴식처
새만금 방조제가 가로막힌 지 21일로 2년이 됐다. 물막이 전 연간 약 4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들러 서해 최대의 중간기착지이던 새만금 개펄은 그 사이 대부분 초원과 사막으로 바뀌었다. 이제 금강하구는 월동지인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동남아와 번식지인 러시아·알래스카를 잇는 장거리 이동경로의 핵심 ‘급유지’가 됐다.
새만금의 도요·물떼새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북극으로 이동하는 도요·물떼새가 크게 줄었다며 금강하구를 람사습지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해 오기도 했다.
올 4~5월 새만금과 금강하구, 곰소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타이완 등 7개국에서 30여명의 탐조가들이 참가해 3년 째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금강 하구둑 밑에서 필드스코프를 보던 프레드 반 게서가 “우리나라에서 온 큰뒷부리도요다!”라고 소리쳤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지방에서 단 오렌지색 가락지가 이 새의 다리에 감겨 있었다. 이들은 몇 주일 사이에 갯지렁이와 조개로 체중을 두 배로 늘린 뒤 6천㎞ 거리의 여정에 오른다.
붉은어깨도요의 운명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켄 고스벨 오스트레일리아 물새연구그룹 회장은 금강하구 근처 장항개펄에서 붉은어깨도요 2200 마리를 봤다며 “방금 도착했는지 허겁지겁 먹이를 먹더라”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비둘기만한 이 도요새는 전 세계 개체수의 30%인 12만 마리가 새만금을 찾았다. 지난해 새만금엔 전년보다 5만여 마리가 준 3만여 마리만 찾아왔다. 금강하구에선 전년보다 2만 마리가 늘어난 5만 마리가 관찰됐다. 방조제가 막힌 뒤 적어도 3만~4만 마리는 행방이 묘연해졌다.
나일 무어스는 “생태계가 복잡해 단정할 수 없지만 이 종이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새만금에서 끔직한 변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조개 등 먹이 줄자 양보 없는 밥그릇 싸움…서둘러 떠나기도
이미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됐다. 동료들과 사이좋기로 소문난 이 도요새들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먹이를 지닌 상대를 부리로 쪼거나 날개를 붙드는 모습이 발견됐다. 보통 때라면 5월 중순까지 머물던 도요새들이 4월에 서둘러 떠나는 현상도 목격됐다.
올해는 이들의 주 먹이인 작은 조개들이 보이지 않는다. 붉은어깨도요는 마치 부리 끝에 눈이 달린 것처럼 개펄에 부리를 찔러 넣을 때의 미세한 감각 차이로 부근에 있는 조개의 위치를 알아내 잡는 ‘초능력’을 자랑한다. 이런 멋진 진화의 성과도 먹이가 없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새만금에 찾아오던 도요·물떼새는 2006년 19만8천여 마리에서 지난해 8만7천여 마리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이 발견되고 있지만 먹이부족이 문제다.
국제조사팀이 18~19일 동안 센 도요·물떼새는 금강하구 5만8천여 마리, 새만금 4만7천여마리, 곰소만 3천여 마리 등이다. 애초 새만금에는 금강하구보다 4배 가량 많은 새들이 온 데 비추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만금은 아직도 세계적인 도요·물떼새의 도래지라는 점이다. 이곳에는 람사르 협약에서 국제적인 보호습지의 기준인 전 세계 이동 개체수의 1% 이상인 종이 11종이나 된다.
국제조사단은 올해까지 3년간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올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한강 하구 ‘북적북적’
재두루미 시베리아행 앞서 ‘휴게소 식당’, 농경지에서 개펄로
재갈매기도 북상길 들러
재두루미가 개펄에서 갯지렁이를 먹고 있다. 재두루미가 청둥오리, 재갈매기와 어울려 먹이를 찾고 있다
시베리아행 앞서 고단백으로 든든히
육식성이지만 갯지렁이까지 먹는 건 처음 확인
재갈매기도 북상길 들러, 한강 하구 ‘북적북적’
주로 볍씨를 먹는 것으로 알려진 재두루미가 개펄에서 갯지렁이를 먹고 있다.
늘씬한 목과 긴 다리로 기품을 자랑하는 두루미가 개펄에 나섰다. 번식을 위해 먼 시베리아로 가기 전에 영양보충이 절실한데, 농경지에 떨어진 곡식은 이제 찾기도 힘들다. 체면 차릴 것 없이 개펄에서 고단백 먹이를 찾아나선 것이다.
지난 9일 일산대교가 바라보이는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감암포 나루 근처의 개펄에서 재두루미 무리를 관찰하던 윤순영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개펄에 난 구멍을 노려보던 재두루미가 무언가를 잽싸게 잡아냈다.
“끄응…. 길기도 해라.”
재두루미가 맛있게 삼킨 것은 갯지렁이였다. 윤씨는 “2월 중순께부터 재두루미가 농경지에서 자취를 감춰 추적해 보니 개펄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며 “영양가 높은 먹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두루미는 논에 떨어진 볍씨를 주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잡식성이어서 물고기 등 육식도 한다. 강화도에서는 두루미가 칠게를 잡아먹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갯지렁이까지 먹는다는 것은 처음 확인된 것 같다고 윤씨는 말했다.
이맘때는 갯지렁이의 산란기이다. 따라서 개펄 깊숙이 숨어있지 않고 짝을 찾아 표면 가까이 나온다. 두루미들은 오랜 경험으로 갯지렁이가 조심성을 잃는 철을 알았을 것이다.
재갈매기가 요즘 한강 하구에 모이는 것도 갯지렁이 때문인 것 같다고 윤 이사장은 말한다.
재두루미가 청둥오리, 재갈매기와 어울려 먹이를 찾고 있다.
부산항에서 성대한 환송식을 뒤로 한 재갈매기들은 북상길에 모두 한강 하구에 몰려들었다. 지난해보다 4만 마리나 많은 10만 마리나 되는 재갈매기들이 요즘 갯지렁이로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재갈매기들도 시베리아 등 먼 여행길을 오르는 길이다. 지방분을 넉넉히 채워 놓아야 번식지까지 무사히 도착해 새끼를 칠 수 있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늦기 전에 김포로 재두루미와 재갈매기를 보러 갈 만하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전국에서 가장 넓은 개펄을 보유한 전남 신안군
개펄 일부를 매립해 대규모 조선단지인 '신안조선타운' 건설을 추진해 논란.
2008-07-02 한겨레
신안 개펄 ‘원주민’ 세발낙지 ‘철거령’ .
261만㎡ 매립 조선단지 건설 논란
“신안군. 개펄의 0.68%뿐” - “한 곳 개발되면 봇물”
지난 26일 전남 신안군 압해면 가룡리 개펄, 여성 4명이 오전내 잡은 갯지렁이를 갯고랑에서 물에 씻고 있었다. "뻘 깊숙이 들어있어 잡는 일이 쉽지 않지만 보통 벌이가 아니다"고 목포에서 온 이옥단(62)씨가 말했다. 이곳 갯지렁이는 낚시 미끼용으로 ㎏당 4만5천원가량에 팔려 어민들은 하루 10만원쯤 수입을 올린다.
해조류인 감태가 깔려 푸른 초원 모습인 개펄 위에는 짱뚱어가 뛰어다니고 수많은 농게와 칠게가 먹이를 먹느라 바빴다. 개펄의 육지쪽에는 담수가 흘러드는 모래질 개펄에서나 볼 수 있는 염생식물인 갯잔디가 펼쳐져 있어, 훼손되지 않은 개펄의 모습을 보여줬다.
‘바다의 벼농사’로 한해 38억원 수입
전국에서 가장 넓은 개펄을 보유한 전남 신안군이 개펄 일부를 매립해 대규모 조선단지인 '신안조선타운' 건설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안군은 2조3천억원의 민자를 유치해 압해도 북서쪽 가룡리 일대에 915만㎡(280만평)의 조선단지, 남동쪽 신장리 일대에 608만㎡(180만평)의 배후단지를 2011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펄 136만여㎡(약 41만평)을 포함한 공유수면 261만㎡(약 80만평)를 매립하기로 하고, 정부에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변경을 요청해 두고 있다. 매립될 개펄은 지난해 당시 해양수산부의 조사결과 갯지렁이, 조개 등 저서생물이 ㎡당 1240개체 무게로는 211g이 살고 있었다. 이는 개펄의 생태를 평가하는 5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 기준인 ㎡당 1천개체, 200g을 웃도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00년 전남 서부해안 개펄조사에서 보존상태 등을 고려할 때 "압해도 지역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어민들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1982년 영산강 하구둑 공사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압해도 어민들의 주 수입원은 김양식이었다. 그러나 김 양식이 어려워지자 일본에 수출하는 갯지렁이가 효자로 떠올랐다. 갯지렁이를 잡아 땅도 사고 자식들 유학도 보냈다.
요즘 어민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낙지이다. 무안과 신안의 뻘에서 잡힌 다리가 가늘고 긴 '세발낙지'는 전국에서 유명하다. 낮에는 낙지구멍을 삽으로 파 잡고, 밤에는 물이 든 개펄에 배를 띄우고 칠게를 미끼로 단 주낙으로 낙지를 잡는다. 세발낙지는 한 접(20마리)에 4만5천~5만5천원을 받는다. 어민들은 낙지로 벼농사 못지않은 수입을 올린다고 입을 모은다. 압해도를 포함한 무안만 7개 어촌계의 낙지 생산액은 2006년 약 38억원에 이른 것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집계했다.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 앞두고 국제 망신 살 수도
매립예정지역 주민들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가룡리 주민 김용재(60)씨는 "농산물과 과수가 풍부하고 바다에선 도미, 농어, 실뱀장어 등 안 나오는 것이 없는 고향에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개펄을 매립하지 않는 소규모 개발을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연륙교인 압해대교가 준공된데 이어 조선단지 건설은 압해도에 개발열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전국 개펄의 15%인 378㎢의 개펄을 보유한 이 지역의 연안습지는 어떻게 될까.
유영업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일단 한 곳이라도 개발이 되면 섬 전체로 개발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과잉투자 논란이 있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조선업보다 천혜의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 재정자립도 최하위이자 삶의 질이 최하위권 자치단체인 신안군의 처지도 딱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이번에 매립할 개펄은 신안군 개펄의 0.68%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선단지로 인구와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압해도의 나머지 자연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막무가내로 바다를 매립해 조선단지를 건설하려는 경남 등 남해안 지자체와는, 적어도 진정성 면에서 달라 보였다.
실제로 신안군의회는 지난 20일 압해도 개펄을 포함한 신안군 일대 개펄과 섬들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조례를 의결했다. 전남도는 오는 9월까지 유네스코 본부에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공식 신청할 예정이다.
문제는 신안군이 많고 많은 개펄 가운데 가장 육지와 가까와 오염될 가능성이 큰 곳 일부만 개발한다고 해도, 그 면적이 만만치 않고 게다가 전국적으로 따지면 가치가 매우 높다는데 있다.
정부는 오는 8일 중앙연안관리심의회를 열어 압해도 조선단지 등 26건의 공유수면 매립계획을 허가할지 결정한다.
이 회의는 개펄의 보존과 개발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무게 추가 어느쪽으로 기우는지 보여줄 것이다.
만일 대규모 개펄의 매립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우리 정부는 오는 10월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는 람사르협약 제 10차 당사국총회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이 협약 결의문 7-21-15는 충분한 환경영향을 평가하지 않는 섣부른 개펄의 변형을 금지하고 있다. 조선단지를 위한 매립계획이 서 있는 경남 사천 광포만, 경남 하동 갈사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전남 고흥 등의 사업은 이 결의사항을 위반할 여지가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모처럼 큰 국제행사를 유치해 놓고 망신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신안/글·사진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남해안 조선소 신·증설 붐 타고 매립신청 봇물
사천·하동 등 26건 1749만㎡ 국토해양부 접수
남해안에서 조선소 신·증설이 붐을 이루면서 개펄 매립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국토해양부에 접수된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은 모두 26건 1749만㎡(530만평)인데, 이 가운데 조선시설용지를 위한 매립은 11건 1487만㎡(450만평)으로 매립면적의 85%를 차지했다.
특히 매립사업 가운데는 경남 사천시 광포만, 경남 하동군 갈사만, 전남 신안군 압해면, 경남 남해군, 전남 고흥군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개펄을 대규모로 매립하는 것들이 포함돼 우려를 낳고 있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일대에 조선산단이 들어설 광포만의 매립예정면적은 사천지역 개펄의 5.8%에 해당하는 164만여㎡(50만평)에 이른다. 이곳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갯잔디 군락이 분포하고 멸종위기종 2급인 대추귀고둥이 서식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가치가 인정되고 있는 곳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부터 광포만 개펄생태계에 대한 긴급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천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국토해양부에 낸 의견서에서 "광포만의 개펄이 사라진다면 이곳에서 산란하고 성장하는 문치가자미 등을 수확해서 사는 사천 어민들에게 생계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산업단지가 들어설 경남 하동군 금성면 갈사리·가덕리의 갈사만도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찾는 국제적으로 중요성이 인정받는 철새도래지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해조류 잘피 군락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 이곳 개펄이 매립되면 섬진강 하구 생태계가 훼손돼 재첩 생산량 감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개펄은 수산물과 해양생물의 서식지일 뿐 아니라 오염물질 정화,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 예방, 심미문화적 기능 등을 하고 있으나, 1987년 이후 전체 면적의 20%인 810㎢가 매립 등으로 사라졌다.
특히 장항개펄 매립계획이 취소되는 등 대형사업이 억제되고 있는 동안 서남해안의 조선소 건설 등으로 인한 중·소규모 간척과 매립사업이 크게 늘어 개펄을 훼손하고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충남 태안군 신두리 사구
‘기름유출’ 직격탄 피한 천연기념물 사구
빙하기 과거에서 온 해저 모래, 파도 실려 상륙 / 겨울 석달 바람 타고 1만5천톤 모래언덕 살찌워
지난 2001년 찍은 신두리 사구 전경.
기름이 덮친 신두리 사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 예수가 40일 단식을 한 곳, 그리고 무함마드(마호메트)가 태어난 곳은 모두 사막이다. 사막은 메마르고 삭막한 죽음의 땅이 아니라 믿음을 시험받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곳이다. 사막의 얼굴은 모래언덕(사구)이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끝없는 물결무늬를 남긴다. 모래는 바람을 타고 흐른다. 흐르던 모래는 돌이나 풀 주변에 모이고, 장애물을 만나지 못한 모래는 힘을 잃을 때까지 언덕을 기어오른다. 올라갈 땐 완만하다 꼭대기에서 급경사로 떨어지는 기다란 능선의 모래언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다, 바람, 모래, 동·식물이 빚어내는 역동적 상호관계 생생
이런 사막경관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이나 미국의 데스밸리, 또는 중국 고비사막까지 갈 필요는 없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도 사막이 있다. 천연기념물 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 폭 200m~1.3㎞로 해변을 따라 기다랗게 펼쳐져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사구이다. 건조지역의 내륙사구에 비해 규모는 작을지라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바다, 바람, 모래, 동·식물이 빚어내는 역동적 상호관계가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9일 신두리를 찾았을 때 해안은 깨끗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신두리 해변이다. 원유는 북서풍을 타고 정면으로 해안을 덮쳤다. 다행히 원유는 해변 모래에만 상륙했을 뿐 사구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기름찌꺼기를 모두 걷어낸 해변엔 타르볼이 바람에 날려 사구로 옮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그물막이 쳐져 있었다. 그물막 아래에는 작은 모래알갱이 크기의 타르볼이 흩어져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80만 년 전~1만2천 년 전 동안 쌓여…<폭풍의 언덕> 연출
겨울은 해안사구가 몸을 불리는 기간이다. 신두리 앞바다 바닥은 완만해서 파도는 일찌감치 부서지면서 바닥의 모래를 해변으로 실어 나른다. 태안 앞바다 해저에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어 모래 공급원이 된다.
큰 강이 없는 충남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사구를 형성할 만큼 많은 모래는 어디서 왔을까. 강대균 박사가 대한지리학회지에 낸 논문을 보면, 빙하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되던 플라이스토세(180만 년 전~1만2천 년 전) 동안 쌓였던 옛 사구가 이 지역 붉은 모래의 원천이다. 신두리의 모래는 강이 아니라 빙하기 과거에서 온 것이다.
북서쪽을 향하고 있는 신두리 해변은 겨우내 북서계절풍에 시달린다. 신두리 사구가 브론테 자매가 쓴 <폭풍의 언덕>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썰물 때 드러난 모래알갱이는 바람에 날려 내륙으로 옮겨진다. 해변 가까이엔 ‘전 사구’라 불리는 갓 만들어진 모래언덕이 있다.
여름 태풍의 ‘도적질’ 예비…수천년 동안 모래해변 파수꾼
갯그령 같은 사초과 식물들이 누렇게 시든 채 바람을 맞고 있었다. 이들은 바람속 모래를 잡아두는 구실을 한다.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은 모래를 내륙 쪽으로 끊임없이 실어 나른다. 내년 여름 태풍이 몰아쳐 모래를 빼앗아 가기 전에 미리 비축해 두는 것이다.
사구는 폭풍으로부터 모래해변을 지키는 구실을 수천 년 동안 성공적으로 해 왔다. 사구를 단지 모래자원으로 간주해 퍼내고 펜션을 지어 개발한 뒤 콘크리트 방파제로 해안을 막으려던 시도는 모조리 실패로 돌아갔다. 오로지 살아있는 방파제, 움직이는 모래언덕만이 해안을 지켜왔음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서종철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계산한 바로는 신두리에서 11월부터 2월 사이 바람이 이동시키는 모래의 양은 1만5천여t에 이른다. 해안 1m당 11.75t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세계 다른 해안사구와 비교해도 매우 많은 양이다.
최근 신두리 사구 모습
지하수도 지켜…모래 위에 고인 호수, 가뭄 안 타
모래의 이동이 멈춘 사구는 죽은 사구이다. 땅속 깊이 뿌리를 박은 갯가식물은 모래를 멈추게 한다. 그 위에 식물이 자랄 수 없을 만큼 모래가 쌓인다면 모래는 이동을 계속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모래밭은 녹지로 바뀐다.
식물과 모래의 밀고 당기는 오랜 싸움에 사람이 개입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사구 주변에 방풍림으로 곰솔과 강인한 아까시나무를 심으면서 모래땅이 급속하게 줄고 있는 것이다. 서종철 교수가 항공사진을 비교해본 결과 녹지로 덮이지 않은 모래땅의 면적은 1967년 사구의 33%이던 것이 1998년 2%로 줄었다. 그 만큼 사구의 역동성은 약해진 셈이다.
사구는 험한 바다로부터 해안뿐 아니라 지하수도 지킨다. 모래층엔 빈틈이 많다. 비가 오면 그 틈에 담수가 채워진다. 사구는 지하수 층을 간직해 바닷물의 침투를 막는다. 오래 전부터 주민들은 사구에서 물 부족한 줄 몰랐다. 하종수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보전팀장은 “해안사구가 1㎝ 낮아지면 지하수위가 7㎝ 떨어진다”며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오랜 경험에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두리 사구 안에는 독특한 호수가 있다.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두웅습지가 그것이다. 수면면적이 150X90m밖에 안 되는 이 호수는 모래 위에 고인 물이다. 물이 모래바닥으로 스며나가지 않는 까닭은 바로 지하수다. 바닷물과 지하수 층이 땅속에서 맞서 있어 아무리 가물어도 호수 물은 줄지 않는다. 이곳에는 이동성이 적어 오래 보존된 습지에만 사는 희귀한 금개구리가 서식한다.
해안 사구에 핀 해당화(2002년 촬영) 와 금개구리(2000년 촬영).
사람이 밟기만 해도 사구 환경 민감…방제작업 후유증 어떨지...
사구는 생물이 살기엔 환경이 매우 거칠다. 강한 바람, 자외선이 센 햇빛, 소금기, 물 부족, 끊임없이 변하는 지형 등을 버텨내는 생물만이 살 수 있다.
강인한 생명력의 수송나물과 좀명아주가 바다와 가까운 최전방에 자리 잡는다. 전 사구에는 갯그령과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등이 깊고 넓은 뿌리 망으로 버틴다. 안정된 2차 사구에 가면 갯완두, 갯방풍, 갯잔디가 있고, 이보다 안쪽에는 5월 화려한 꽃을 피우는 해당화, 갯메꽃, 갯쇠보리, 오리새 등이 나타난다. 그 밖엔 띠, 억새, 사철쑥이 자라고 가장 바깥엔 인공으로 조성한 곰솔 숲이 병풍처럼 둘러싼다.
이런 식물들을 토대로 표범장지뱀, 큰조롱박먼지벌레. 개미지옥, 날개날도래 같은 동물들이 이곳에 서식한다. 희귀한 뿔쇠똥구리는 주민들의 방목을 금지시킨 바람에 쇠똥이 사라져 자취를 감췄다.
쉬지 않고 옮겨 다니는 모래가 생태계의 변천을 좌우하는 사구는 환경변화에 아주 예민하다. 방파제나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나 사람이 밟고 다녀도 모래의 이동에 차질을 빚는다. 최종관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생태계회복추진팀장은 “신두리 해안의 기름방제 작업을 하면서 모래사장을 걷어낸 것이 장기적으로 사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안/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신석기시대 유적도 남아있는 ‘토종의 천국’ 굴업도
CJ그룹 레저회사 섬 사들여 대규모 개발 추진
'살아있는 지형학 교과서'로 문화재청 문화재 지정 채비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논란
2008-05-29 한겨레
CJ그룹 레저회사 섬 사들여 대규모 개발 추진
‘지형학 교과서’로 문화재청 문화재 지정 채비
1994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돼 큰 홍역을 치른 굴업도가 이번에는 골프장 건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굴업도는 서해의 모진 파도와 소금기로 깎이고 녹아내린 해안지형을 고스란히 간직해 세계적인 보존가치를 지녔다는 주장이 학계와 환경단체로부터 나오고 있고, 정부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이 섬의 대부분을 사들인 대기업 계열의 레저회사는 골프장, 호텔, 마리나 등을 포함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가치가 있다" "개발이 필요한 낙후도서다"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굴업도 현장을 지난 20~21일 둘러봤다.
수천만년 '자연의 작품' 고스란히 간직해 세계적 보존가치
서해의 가장 바깥에 자리 잡은 섬의 하나인 굴업도는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모래언덕, 모래해변이 어울린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섬의 대부분을 둘러싼 절벽은 오랜 세월 패이고 깎인 역동적인 침식의 흔적과 규모가 보는 이를 압도했다.
골프장 건설 논란이 일고 있는 인천 굴업도
동쪽 섬의 서해안 낭떠러지는 색깔이 다른 암석들이 적갈색 화산재에 섞여 마치 콘크리트를 비벼놓은 것 같았다. 직경이 1m가 넘는 바위도 박혀 있었다. 바위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지만 망치로 쳐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해 용암이 굳은 제주도의 화산암과 달랐다.
동행한 이상영 가림생태환경연구소장(기후지형학)은 "중생대 말 멀지 않은 곳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해 날아온 암석과 화산재가 굳어 섬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단단한 응회암이지만 수 천만 년 동안 침식을 받아 특이한 지형을 형성했다. 썰물 때 육지에 드러나는 동쪽 섬의 거대한 '코끼리 바위'는 파도와 소금기가 깎아낸 작품이다.
이 바위 건너편에는 '살아있는 지형학 교과서'가 수백m 길이로 펼쳐져 있다. 침식의 강도에 따라 반월형 해안의 절벽에는 파도가 때려 동굴이 파이고 무너져 내린 적색 바위가 붉은 모래로 바뀌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쪽 섬의 끄트머리는 파도에 잘려 섬이 됐다. 소굴업도 또는 토끼섬으로 불리는 이곳 해안에는 파도가 약 100m에 걸쳐 해안 절벽을 깊이 파낸 해식동의 장관이 펼쳐진다. 환경단체인 한국녹색회는 지난 1월 대표적인 해식·파식 지형인 이들 3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지난 2월13일 경북대에서 열린 한국지형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도 이상영 박사와 이민부 한국교원대 교수는 '해식과 파식에 의한 굴업도 해안지형의 변화'란 논문을 통해 "굴업도의 침식지형이 세계적"이라며 "잘 보전된 자연사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해안지형 연구학습장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현지조사를 통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정밀조사를 올 연말까지 벌이기로 했다.
만 안쪽에는 갯그령, 통보리초 등이 자라는 사구(모래언덕)가 발달해 있다. 동쪽 섬과 서쪽 섬 사이 백사장 근처의 버려진 마을엔 전봇대가 절반 이상 모래에 덮여있어 역동적인 지형변화를 실감케 했다. 이 섬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먹구렁이와 매, 천연기념물인 황새 등이 관찰됐다. 답사 과정에서도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보호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희귀동물 곳곳서 확인…회사서는 “서식처 없음” 제안서
그러나 사업자인 씨제이(CJ)그룹 계열사인 시앤아이(C&I)레저산업이 옹진군에 낸 '오션파크 사업제안서'에는 "희귀동물 서식처 없음"이라고 돼 있고, 국내 최대의 해식지형에 관한 언급은 없다. 시앤아이는 이 제안서에서 2012년까지 2564억원을 들여 18홀 골프장을 비롯해 호텔, 해양리조트, 마리나, 워터파크 등이 들어선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안서는 회원권 분양에 대해 "차별화된 고가의 숙박시설의 소유와 골프회원권, 시설이용권이 결합된 고소득층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정된 상품"이라며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두홍 인천시 관광개발팀장은 "현재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골프장이 주요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추진되려면 인천시가 관광단지로 지정하고, 문화관광부가 관광권역계획에 이 사업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굴업도는 조용한 섬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다.(아래 사이트 참조).
그러나 관광개발이 이뤄진다면 서해에서 가장 손때가 덜 탄 섬은 사라지게 된다. 씨제이 쪽은 섬의 98.5%를 매입한 상태다. 관광단지가 들어서면 현재 연간 6천 명 정도인 관광객 수가 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씨제이는 추정한다.
서인수 굴업리 이장은 "이 좁은 섬에 골프장이 들어서려면 섬의 모든 봉우리를 잘라내야 해 땅 밑에 설치하는 핵폐기장보다 환경을 더 망가뜨린다"고 주장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 이철영(34·경기 의왕시)씨는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한적한 분위기가 인상적 이었다"며 "골프장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보다는 좋은 자연을 보전하면서 활용하는 개발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의 환경단체들이 굴업도 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은 "방폐장이 들어서는 것을 어렵게 지켜 특권층을 위한 골프장에 내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자연유산을 보존하면서 연구와 학습을 동반한 체류형 국민관광지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신석기시대 유적도 남아있는 ‘토종천국’
굴업도는 어떤 섬?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굴업도는 면적 1.7㎢의 작은 섬이다.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이라는 데서 섬 이름이 유래했다.
신석기 때부터 사람이 살아 조개무덤이 두 곳 남아 있다. 부근 바다에서는 민어가 많이 잡혀 한때 파시가 형성되기도 했다.
1919년 큰 해일로 섬이 둘로 분리돼, 현재 모래톱으로 연결된 상태다.
1980년대까지 10여 가구가 살았고 많을 때는 주민 수가 1백 여 명에 이르러 굴업분교가 설치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자녀교육과 일자리 등의 이유로 주민 대부분이 인천 등지로 이주해 여름 피서철에 6가구, 겨울엔 1가구만 산다.
주민들은 주로 민박을 하고 염소와 꽃사슴을 방목해 생활한다. 민박 이외의 특별한 경제활동이 없고 겨울엔 대부분 섬을 떠나기 때문에 굴업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가운데 해안 지형이 가장 완전하게 보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말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장 터 후보지로 굴업도를 선정했으나, 인천시민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친 데다 활성단층까지 발견됨에 따라 이듬해인 1995년 굴업도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을 취소했다.
굴업도는 우리나라에서 조차가 가장 심한 곳에 있다. 게다가 핵폐기장 후보지가 될 정도로 부근엔 수심이 깊다. 파도 에너지가 매우 큰 조건이다. 이 때문에 단단한 응회암으로 이뤄진 섬이지만 굴업도는 극심한 침식현상을 겪고 있다.
섬의 동쪽과 서쪽의 침식 양상이 다른 것도 특징이다. 습도가 높고 바람이 적은 동쪽은 소금에 의한 부식이 활발하다.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타포니가 동쪽에 많다. 서쪽엔 바람받이이고 해가 길어 건조한 반면 파도에너지가 강하다. 바위를 두드려 부수는 힘이 바위 깨뜨린다.
섬이면서 대륙성 기후를 나타내는 것도 특이하다. 이상영 박사는 "태백산의 900m 고도에서 발견되는 식물이 굴업도에서 주로 나타난다"며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육지보다 계절이 한 달 이상 늦다고 말한다. 그 동안 개발이 없고 주민의 드나듦도 적어 외래식물이 거의 없는 점도 두드러진다. 이 박사는 "굴업도처럼 토종천국인 곳은 못 봤다"고 말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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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장흥 역간척 예정지
논을 다시 개펄로, 역간척 사업 추진
40여년 방조제 허물어 ‘역간척’…정부 첫 추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수문리 갯벌
‘간척’이란 말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자랑스러운 단어였다. 좁은 땅을 한 뼘이라도 늘려 귀한 쌀을 생산하고, 난공사를 불굴의 의지와 첨단공법으로 극복하는 대견한 일이었다. 농림부에는 간척 담당부서가 있어, 간척을 하지 않으면 정부의 직무유기가 되는 나라였다.
특히 1990년대 동안 무려 7만㏊의 개펄이 메워졌다. 새만금, 영종도 신공항, 시화, 화옹, 영산강 영암지구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은 모두 개펄 위에 자리 잡았다. 고철환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개펄의 약 40%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 중반까지의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런 도도한 간척의 흐름에 첫 공식적인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가 전남 장흥에서 40여 년 전 간척사업으로 조성한 논을 다시 개펄로 돌리는 역간척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13일 개펄복원사업을 포함한 ‘득량만 환경보전해역관리 기본계획’을 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와 전남도가 참여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간척지를 개펄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간척 대상지는 전남 장흥군 회진면 일대로, 1965년 조성한 방조제를 허물고 간척지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52만㎡의 논을 개펄로 되돌리게 된다. 이를 위해 간척지인 회진면과 신상리 사이에 길이 3500m의 물길을 내 바닷물이 득량만에서 간척지 안쪽으로 드나들도록 할 예정이다. 이곳엔 과거 개펄이던 곳이 방조제를 쌓아 논으로 개간된 곳이다. 방조제를 허물면 논은 다시 개펄로 돌아가게 된다.
신상리는 현재 회진면과 육지로 붙어 있지만 1965년 간척사업 이전까지만 해도 덕도란 이름의 섬이었다. 바다의 흔적은 회진항을 거쳐 수동저수지까지 남아 있는 물골에서 겨우 찾을 수 있다. 그 물골마저 회진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가로막아 배수구로 바닷물이 겨우 드나들고 있다.
장흥군은 통수시설 건설로 퇴적물이 쌓여 잃어가던 회진항의 어항 기능을 되살리고 복원된 개펄에 친수공간을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최초로 간척지를 개펄로 복원하는 사업으로 생태계 보전과 어장 생산성 향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하고 있는 타당성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지반과 수심을 측량하는 등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남 득량만은 해양환경이 좋아 예로부터 키조개, 피조개, 새조개 등 조개가 많이 나고 어류 등 수산생물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간척과 매립, 담수호 조성 등 연안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축산폐수와 농업폐수가 늘어나 해양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득량만 기본계획을 세운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정부는 이 기본계획에 따라 2012년까지 득량만 일대의 오염물질의 적정관리와 해양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22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득량만 잘피군락의 보전이다. 수생식물인 잘피는 해양생물의 산란·서식지로서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기존 잘피밭 보전을 물론 사라진 곳엔 복원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한국에 서식하는 유일한 기각류로 천연기념물. 불법포획 등으로 개체수 줄어 멸종위기종 지정
뒷다리가 수중생활에 적응해 지느러미 모양으로 바뀐 기각류 동물 가운데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서식하는 종이다.
11월이면 바다가 어는 중국 발해만으로 이동해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 뒤 일부는 중국 산둥반도에, 일부는 4월께 백령도로 온다. 백령도 물범은 다시 서해와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황해의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만 해도 8천 마리에 이르렀으나 중국 발해만에서 만연한 불법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2008년 8월 말 현재 213마리가 관찰됐다.
‘생태체험’ 물범도 관광객도 백령도도 웃었다
자연 보전·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
추억의 고기잡이 ‘대후리’ 복원 재미 두배
“물범이 웃고 있어요.” “와! 귀엽다.”
지난 28일 백령도 동쪽 하늬바위 근처의 해안초소에서 아이들이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환호성을 올렸다. 전날 배를 타고 물범바위에 접근했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 물속에 잠긴 채 머리만 내밀고 있는 모습을 먼발치서 봤던 터였다. 경기 군포시 수리동에서 가족과 함께 온 나민주(11) 양은 “가까이서 보지 못해 아쉽지만 처음 본 물범의 실제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날 백령도에서 물범 생태체험관광을 한 사람들은 가족 단위 참가자와 환경단체 활동가, 동물 전문가 등 20명이다. 이 행사는 국토해양부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주최하고 녹색연합이 백령면이장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올 들어 두 번째 시범사업이다. 생태관광은 주민참여 아래 자연을 보전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유력한 대안으로 지자체마다 꼽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기는 국내에서 백령도가 처음이다.
그물 속에 걸린 물고기까지 먹는 등 영리해
백령도 연안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점박이물범이 서식한다. 28일 물범바위의 암초 위에는 50여 마리의 점박이물범들이 바위에 올라 쉬고 있었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물범들은 통통한 몸집에 작은 앞다리를 붙인 채 커다란 눈으로 주변을 경계하거나, 지느러미로 바뀐 다리와 머리를 하늘로 뻗어 몸을 활처럼 휘는 독특한 모습으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늘어진 귀와 얼굴표정이 토종 강아지 인상이다.
그러나 어민과 물범의 관계가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중국 발해만에서 번식한 점박이물범이 백령도로 몰려드는 까닭은 이곳에 우럭과 놀래미 등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수산자원을 잃는 어민들이 반가울 리 없다.
김진원 진촌3리 이장은 “가뜩이나 중국 어선이 고기를 쓸어가는 마당에 물범까지 고기를 마구 먹어치워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영리한 물범들이 그물 속에 걸린 물고기까지 훔쳐가고 그 과정에서 그물을 뜯어놓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지난달부터 이곳에서 물범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박태건 고래연구소 박사는 “아직 정확한 연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어민들 주장처럼 물범이 물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물범이 하루에 30㎏나 되는 물고기를 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며칠에 한 번 먹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30%쯤 덜 먹는다”고 말했다.
물범 얘긴 꺼내지도 말라던 어민들 차츰 맘 돌려
그러나 주민들도 생태관광과 물범 보존의 필요성에 차츰 마음을 열고 있다.
2006년부터 물범조사를 해 오고 있는 녹색연합의 김경화씨는 “처음엔 주민들로부터 ‘물범 얘기 꺼내려거든 다시는 들어오지도 말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엔 주민대표들이 제주도 예래동 생태관광마을을 견학하기도 했다.
물범 관찰은 생태관광의 한 부분일 뿐이다. 주민들은 전통어법인 ‘대후리’를 복원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얕은 해변을 2㎞ 길이의 반월형 그물로 막은 뒤 여러 어민들이 손으로 그물을 당겨 멸치, 학꽁치, 조기, 숭어, 고등어, 돌가자미 따위를 적지 않게 잡아냈다.
진촌리 주민 김영남(58)씨는 “생태관광을 한다기에 10여년 만에 올해 다시 시작했는데 잡는 재미도 쏠쏠하고 방문객도 좋아 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고기잡이를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운 모습이었다. 특히 사라졌던 조기들이 입에 멸치를 문 채 더러 잡히자, 바다가 살아나는 조짐이라고 기대를 걸기도 했다.
김경화씨는 “생태관광이 성공하려면 주민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며 “지역 내부에서 물범을 안내하는 전문가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경숙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과 사무관은 “생태체험관광을 통해 희귀한 해양동물 보전과 지역개발을 동시에 달성하려 한다”며 “백령도의 관광자원과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물범 관찰대와 안내판 설치 등 관광인프라를 갖추는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령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점박이물범은?
한국에 서식하는 유일한 기각류로 천연기념물
불법포획 등으로 개체수 줄어 멸종위기종 지정
뒷다리가 수중생활에 적응해 지느러미 모양으로 바뀐 기각류 동물 가운데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서식하는 종이다. 11월이면 바다가 어는 중국 발해만으로 이동해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아 기른 뒤 일부는 중국 산둥반도에, 일부는 4월께 백령도로 온다.
백령도 물범은 다시 서해와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 고래연구소는 지난해 동해 강릉 해안에서 점박이물범 3마리를 관찰했고, 이 가운데 어선과 충돌해 사망한 개체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서해 집단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
황해의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만 해도 8천 마리에 이르렀으나 중국 발해만에서 만연한 불법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1980년대 2300마리로 줄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00~2002년 조사에서 해마다 최대 340마리만이 목격됐다. 가장 많은 수의 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 찾아오는 9월 고래연구소가 관측한 수는 2006년 273마리에서 지난해 188마리로 떨어졌다가 올해에는 약간 늘어 8월 말 현재 213마리가 관찰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1년생은 3~4마리에 그쳐, 번식개체가 늘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고 고래연구소는 파악하고 있다.
백상아리가 천적이지만 백령도 근해에서만 연간 3~4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는다고 어민들은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번식지인 유빙이 사라지는 것도 장기적으로 치명적이다. 천연기념물 제 331호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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