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롱 스빼아 깡”
내가 군 생활시 부사관들이 통상 부르던 보조 연료 용기 명칭이다. 보통 짚차 뒤에는 반드시 달고 다니던,거의 차의 일부였을만큼의 차량용 필수 장비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군생활의 그리움이 아련하게 치솟는다. 전투나 수송병과에서 군복무를 한 한국인들의 다수가 이 스페어 켄에 대한 한 두가지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미군이 2차세계 대전때 쓰던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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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어 캔은 휘발유나 디젤유만 넣는 용기만은 아니었다. 더운 여름날 식수통도 했고 몸서리치게 추운 날은 내무반이 큰 곳에서는 밤에 이 스페어 캔 서너 개에 물을 담아 페치카 위에 덥혀서 중대원들이 식기를 씻거나 세수를 하게 하기도 한 기억도 난다. 심지어 고지의 병력에게 물과 함께 국을 담아서 힘들게 부식 추진을 하던 추억도 있다..
나는 우연히 대학 시절에 짧은 영어로 사전을 찾아가며 롬멜의 사막전 이야기를 읽다가 이 용기가 원래 독일군이 쓰던 것을 영국과 미국이 복제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갔었다.
미군의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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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이 스페어 켄이 히틀러가 개발을 지시한 군용 장비라는 것과 나아가 이 독일제 캔이 미국과 영국으로 전파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우리가 스페아 캔이라고 알려진 보통 명사보다도 제리캔(Jerrycan)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Can의 앞에 붙은 Jerry라는 이름은 영국군이 독일군을 부르던 경멸하며 부르던 명칭이다. 미군은 독일군을 따로 Kraut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름이 암시하듯이 이 캔은 독일에서 탄생해서 영국과 미국으로 왔고 그 뒤 전 세계 군대는 물론 민간 시장에까지 퍼져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팔리고 있다.
현재 독일군이 사용하는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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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캔은 이미 1939년 히틀러의 특명에 의해서 개발이 완료되어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독일군에게 지급된 상황이었다.
일차 세계대전 때 일선 보병 사병으로 전선 참호에서 독까스까지 마셔가며 고생을 한 히틀러는 이 연료통겸 식수통의 양수겹장식 용기의 필수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꼈던 모양이었다.
독일어로 Wehrmachtskanister라고 불렸다. 나의 얕은 독일어로 번역해보면 군용 용기라는 뜻인듯하다.
이 캔이 미국과 영국에 전해지기에는 한 눈치 빠른 미국인과 그의 친구이자 여행 동반자였던 순진한 독일인이 있었다. 이 캔의 개발에 참여했던 독일 엔지니어였었다.
그 독일인은 자신도 모르게 미래 적국에 중요한 군사정보를 넘겨주는 매국적 배신행위를 하고 만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레나다 침공 미 해병대가 쓰던 식수전용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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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미국인 폴 프레이스는 독일에 있었다. 그는 루프트바페(독일공군)에서 일하는 독일인과 친해져서 같이 인도까지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이 여행에 필요한 식수를 담을 물통용으로 독일인 친구는 루프트바페 비행장 창고에 쌓아 놓은 보조 연료 용기 세 개를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열 한 개의 국경을 넘는 황량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세 개의 독일제 용기를 아주 요긴하게 썼다
내심 그 견고함과 편리함에 놀란 프레이스는 독일인에게 이 독일 연료 용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세밀하게 물어서 다 뽑아 냈는데 그것들은 이 연료 용기의 제조를 위한 상세한 스펙과 제조 공정이었다.
순진한 독일인은 자신이 미래의 적에게 중요한 정보를 넘겨주는 것도 모른 채 연료통의 제조를 위한 모든 정보를 이 혹심을 품은 미국 친구에게 다 넘겨주었다.
독일인 친구는 독일공군 사령관 헤르만 괴링이 급히 부르는 바람에 독일로 귀환하고 프레이스 혼자 인도 캘커타까지 와서 차를 보관시키고 미국으로 귀국했다. 세 개의 독일제 스페어 캔은 차안에 남겨 놓은 채였다.
귀국한 프레이스는 미국 육군성의 실무자와 줄을 대고 만나서 침이 마르도록 독일 군용 연료 용기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미국도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때까지 미국은 일차 세계 대전 때 만들어진 10 개런 짜리 보조 연료 용기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사용할 때 렌치로 두 개의 통 입구를 열고 깔때기를 써야만 되는 그런 불편한 것이었다.
쓰기가 불편해도 하여튼 그런 것이 있는데 굳이 남의 나라 것을 모방할 필요가 없다는 관료주의가 팽배해있던 육군성의 높은 사람들이 프레이스의 말에 귀를 기우릴 필요가 없었다.
미군이 쓰던 식수 전용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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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프레이스는 말로는 안 되겠다고 싶어 인도에 있었던 자기 차를 미국으로 가져 오게 해서 차에 있던 세 개의 스페어 캔 중 중 한 개를 미 육군 성에 건네주었다.
신 장비가 들어왔으니 육군성도 귀를 닫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이 독일제 보조 연료 용기는 기계적으로 메인주 캠프 홀라버드에 있던 담당 부서로 보내졌다. 이 곳에서 독일 것을 검토 해 보고서야 비로소 이 용기가 미제보다 훨씬 우수 한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자존심상 그냥 쓰기가 뭐해서 디자인 변경을 시도해보았지만 막상 야전에서 실험해보니 미국에서 개량한 것보다 오히려 오리지날의 독일 것이 월등하게 우수했다.
그래서 결국 독일 것을 그대로 모방하기로 하고 정식으로 독일 복제품을 채택하고 이 스페어 캔을 생산 지급해서 제 2차 세계 대전을 치러 냈고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
2차세계 대전때의 미군이 사용하던 5갤런 제리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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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도 독일군의 연료 용기를 채택했다. 영국군은 이 독일제 용기를 1940년 노르웨이 작전 때 처음 발견했다.
영국군은 당시 직륙면체 통을 보조 연료용기로 쓰고 있었다. 철판으로 만들어서 생산단가가 매우 높았었다.
영국군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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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영국은 미국처럼 독일제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영국은 독일의 스페어 캔을 몸으로서 경험하여야 했다.
아프리카 전선에서는 연료뿐만 아니라 연료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식수까지도 운반하고 보급하여야 했다.
황량한 아프리카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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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북극 다음으로 열악했다는 열사의 사막 전장 환경에서 연료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식수를 일선까지 보급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또 일선 부대들이 이렇게 어렵게 보급받은 식수를 보관하고 운반하는 것도 지난하기 그지없는 문제였다.
영국군의 물통은 파괴되기 일 수였으나 노획해서 쓰던 독일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파괴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영국 군인들은 독일 것이 손잡이만 해도 두 사람이 운반하기 좋게 만들어져있고 납작해서 차의 좁은 어느 구석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는데다가 역시 밑면이 좁은 직사각형으로서 차에 옆으로 눞이고 최대한 적재할 수 있는 정교한 디자인에도 탄복했다.
프랑스군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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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X자로 들어간 부분은 물이나 연료를 최대로 주입하고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가해도 내부 액체가 용기에 가하는 압력을 그대로 흡수해서 용기 파괴를 막는 교묘한 장치였다.
더구나 용기 내부가 플라스틱이 코팅이 되어있어서 안심하고 식수통으로도 겸용해서 쓸 수가 있었다. 그 무렵의 영국이나 미국의 스페어 캔에는 그런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
영국군들은 연료나 식수통으로 영국제보다도 노획한 독일제를 썼다.
아프리카 전선의 영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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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미에서 스페어 캔의 명칭이 되어 버린 제리캔이라는 이름도 최초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영국군이였다.
제리캔에 대한 전선의 소식이 영국 국방부까지도 들려왔다. 그 때 프레이스가 영국에 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독일군 물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프레이스는 즉시 영국군 당국자를 만나서 그가 미국 당국에 했던 대로 모든 것을 이야기 해주고 그가 가지고 있던 독일제 제리캔 샘플 한 개와 제조에 관한 완전한 정보까지도 제공했다.
경험으로서 제리켄의 우수함을 알고 있었던 영국은 즉각 체면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군용 표준품으로 채택하여 생산을 했다. 그리고 생산품들을 아프리카 전선으로 급송했다.
전선의 영국군들은 새로운 스페어 캔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전쟁이 끝나고 이 제리캔은 미영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의 각 군 필수 보급품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국군 제리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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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 자동차 용품을 파는 세계 각국의 매장에서도 다양하게 만든 이 제리캔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가 있다.
다양한 상용 제리캔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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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힌트를 내고 개발한 제품으로 이만큼 군용, 상용으로 히트친 상품은 없는듯하다.
http://kr.blog.yahoo.com/waterview3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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