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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세계사

프랑스의 알사스-로렌 Alsace-Lorraine 지역의 역사와 유럽

august 의 軍史世界


제발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둬


마지막 수업

아마 40대 초중반 정도 되시면 혹시 기억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 됩니다. 

당시 국민 ( 초등 ) 학교 국어교과서에 프랑스의 작가인 도테 ( Alphonse Daudet 18403~1897 ) 가 쓴 ' 마지막수업' 이라는 단편 소설이 있었습니다.  혹시 기억이 나지 않거나 이 소설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약간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알퐁소 도테

프랑스의 알사스-로렌 Alsace-Lorraine 지역에 살던 주인공 프란츠는 평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악동이었습니다. 

지각한 프란츠는 숨을 죽여 몰래 교실에 들어가는데 순간적으로 평소와 다른 무거운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우선 호랑이 같던 아멜선생님이 주인공을 불러다 혼내지도 않았고 특이하게도 교실에는 동네 어른들이 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주인공 프란츠는 천하의 악동이었습니다 ]

시간이 지나고 나서 주인공은 오늘이 프랑스어로 진행하는 마지막 수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속의 주인공이 살던 알사스-로렌 지역이 1870년 보불전쟁 ( Franco-Prussian War )에서 프랑스가 패한 결과 독일의 영토로 강제 편입되었는데 이런 이유로 프랑스어의 수업이 금지되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 베르사유궁전에서 있었던 독일제국 ( 제2제국 ) 선포식 ]

그제서야 주인공 프란츠는 그동안 프랑스어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을 후회합니다.  결국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적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당시 이 소설은 패전의 치욕을 겪었던 프랑스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켰다고 하고 일제시대에 비슷한 치욕을 겪었던 한국 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 우리말 사용이 금지 된 일제시대를 겪은 우리에게도 많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 펜이 칼보다 강하다 ' 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전후좌우의 역사적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이 소설을 읽었을 경우 대부분 프랑스는 선이고 약자이며 독일은 악이고 침략자라고 은연중에 세뇌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처럼 단순히 2분법적으로 선과 악의 대상을 나눌 수 있을까요 ?

[ 펜이 칼보다 강한 이유를 소설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

우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알사스-로렌지역에 대해 먼저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의 영토이면서도 문화적, 역사적으로 독일에 가까운 특이한 지역으로 독일어로 엘자스-로트링겐 Elsass-Lothringen 이라 불립니다.  경상도만한 크기로 독일과 프랑스 국경지대에 있는데 주민의 대부분이 독일 방언을 사용하고 있는 게르만들입니다.

[ 알사스-로렌지역은 독불국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서양사에서 원래 하나였던 독일과 프랑스가 분리 된 것은 870년 베르덩조약과 이후 메르센조약으로 프랑크왕국이 분열 된 이후부터 입니다. 

분열된 東프랑크 지역은 오토대제 ( Otto I the Great 912~973 )의 등장이후 로마의 전통을 승계한 신성로마제국 ( Holy Roman Empire 962~1806 )으로 발전하는데 이 당시 알사스-로렌지역은 엄연한 신성로마제국의 강역이었습니다.

[ 프랑크왕국이 분열되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

비록 신성로마제국 ( 독일 제1제국 )은 서유럽 유일의 제국으로 무려 1,000여 년간 이어진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분오열 정도가 아닌 수백 개의 제후국과 연방으로 이뤄진 소규모 국가들의 명목상 연합체였을 뿐이었습니다. 

이에 반하여 西프랑크에서 시작한 프랑스는 일찍부터 전제왕권을 갖춘 중앙집권적인 통치 구조를 갖춘 유럽세계의 강대국으로 성장하여 왔습니다.

[ 30년전쟁 결과 알사스-로렌이 프랑스 영토가 됩니다 ]

때문에 프랑스의 침탈로 유사 이래 계속 피해를 당해왔던 것은 사실 독일이었습니다. ( 관련글 참조 ) 

17세기에 있었던 30년 전쟁 ( 30 Yesrs War1618∼1648 )의 결과 프랑스는 독일의 강역으로 되어있던 이들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였으나 알자스-로렌 주민 대부분은 사실 프랑스어를 몰랐고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독일과 연결이 강하였습니다.

[ 나폴레옹시대에 들어 이들 지역은 정서적으로도 프랑스화하기 시작합니다 ]

강제적으로 프랑스의 영토가 되었지만 심리적으로 별개로 여겨지던 이 지역이 프랑스화 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나폴레옹시대에 들어서 부터입니다.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의 영향으로 이때부터 핏줄로는 독일이지만 의식으로는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는 프랑스에 서서히 동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나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

독일이 유럽의 강자로 서서히 등장한 것은 비스마르크 ( Otto von Bismarck 1815~ 1898 )의 주도로 프로이센이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난 이후부터 입니다. 

이때 독일의 통일을 방해하였던 마지막 세력이 유사 이래 독일을 철저하게 분열시켜 그들의 영향력 하에 두려고 하던 프랑스였고 이 두 나라의 충돌은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 비스마르크의 주도로 독일 통일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

삼촌시대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나폴레옹 3세 ( Louis-Napoleon Bonaparte 1808~1873 )의 프랑스와 냉정한 재상 비스마르크가 주도한 프로이센-남부독일연합군은 1870년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였는데 여기서 독일이 승리하고 드디어 통일제국을 달성합니다. 

그것은 역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이 단독으로 프랑스와 일전을 벌여 승리한 전대미문의 사변이었습니다.

[ 보불전쟁의 승리로 독일은 프랑스에게 최초의 승리를 거둡니다 ]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벌어진 30년 전쟁과 나폴레옹의 침탈 결과 프랑스가 강탈하여간 알사스-로렌 지역을 신흥 독일제국이 회복 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선 역사적으로도 독일의 강역이기도 하였지만 이 지역이 유럽 최대의 철광석과 석탄 산지여서 후발 국가로 신속히 국가발전을 이뤄야 할 독일에게 너무나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베를린에 있는 보불전쟁 전승기념탑 ]

위에 소개한 도테의 '마지막 수업'은 바로 이 당시를 배경으로 나온 소설 입니다. 

단지 이소설만 읽은 사람들은 프랑스는 약자고 피해자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지금까지 알아 본 것처럼 그렇지 않다는 것 입니다. 오히려 역사 이래 계속 수난을 받아왔던 독일이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압하고 고토를 회복 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프랑스합병 이래 많은 게르만계 주민들이 프랑스화 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는 합니다.

[ 파리가 포위당한 채 항전하였으나 프랑스는 결국 항복을 하였습니다 ]

결국 알사스-로렌지역은 300여년 만에 원래 소유주였던 독일의 영토로 환원되어 새롭게 독일제국의 일원으로 참여한 남부독일제후국들과 더불어 제2제국 ( Deutsches Reich 1871~1918 )의 새로운 노른자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사스-로렌에 대한 독일-프랑스의 분쟁사는 이것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였습니다.

[ 제2제국 성립 시 독일지도와 독일의 영토로 환원된 알사스-로렌 ] 

제1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자 이 지역은 50여년 만에 다시 프랑스의 영토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년 후 일어난 제2차 대전에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독일 제3제국 ( The Third Reich 1933~1945 )의 영토로 다시 병합하였고 잠시만의 독일 점령 기간 후 프랑스의 영토로 복구되었습니다.

[ 제1차 대전 종전 후 프랑스의 영토로 환원되었을 당시의 지도 ]

[ 나찌 극성기인 1942년 독일 제3제국 영토에 다시 편입된 알사스-로렌 ]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 지역을 배경으로 소설을 써서 프랑스의 애국심을 고취하였던 도테는 원래 반유태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사상적 배경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맏아들로 역시 소설가이자 문학 평론가였던 레옹 도데 ( Alphonse-Marie-Leon Daudet 1867~1942 )는 나찌 점령기간 동안 독일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는 매국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아버지는 펜으로써 독일을 능멸하였지만 아들은 독일의 하수인으로 말년을 보낸 어처구니없는 변절자가 된 셈이었습니다.

[ 인생 말년에 어처구니없이 매국노로 전락한 레옹 도테 ]

마침내 알사스-로렌이 대결의 장에서 벗어난 것은 격렬한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에 의해서인데 1951년 유럽석탄위원회 ECSC의 결성이 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더 이상의 전쟁을 막고자 자각하였던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이곳에 매장된 자원을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개발하여 양국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평화를 위해서 사용하려 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결국 오늘날 EU로 발전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대화와 협력의 시대를 개시한 드골 (左) 과 아데나워, 세계사에 놀라운 한 획을 장식한 진정한 거인들입니다 ]

단지 국경에 위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유사 이래 알사스-로렌 지역에 살아왔던 주민들은 본인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자고나면 국적이 바뀌는 황당함을 수시로 당하여 왔습니다. 

독일 통치시에는 피지배 프랑스인으로, 프랑스 통치 시에는 독일문화와 언어를 사용하는 게르만들로 이방인시 취급되어 왔습니다. 

그들은 프랑스이던 독일인이던 우리에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 제발 가만히 내버려 달라 " 고 절규하지 않았을까요 ?

[ 알사스-로렌의 평화는 유럽의 통일을 가져오는 시금석이 되었습니다 ]

이곳주민들은 결국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과 대결이 아닌 평화와 협력의 방법으로 상생의 길을 택한 결과 강요된 애국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고 그것이 유럽전체 평화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너무나 간단한 진리도 수차례의 피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러한 역사를 보면 참으로 인간들은 미련한 존재 같습니다.



[ august 의 軍史世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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