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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ETC

이육사의 사랑의 時 - 절정

[현대시 100년-사랑의 詩] 이육사 ‘절정’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육사와 절친했던 문우로서 신석초는 1944년 1월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감옥에서 별세한 이육사를 추억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육사의 인물’이라는 글에 나타나 있는 그의 인상기에 의하면, 여성에 대한 이육사의 태도에는 “구국 지사로서의 그가 정신 단련에 필요로 했던 하나의 계율”이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고 한다. 어떠한 술자리에서도 ‘담담한 대주호’였다는 묘사는 여기서 단순히 젠틀맨의 풍모가 아니라 구국 지사의 정신 단련의 문제로 비약해버린다.

육사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육사에게 있어서 여성을 향한 사랑과 이념을 좇는 사랑은 함께할 수 없는 서로 다른 길이었다는 것이다.

이육사의 ‘손님’(‘청포도’)은 한용운의 ‘님’과 달리 연애시의 감성과 잘 겹쳐지지 않는다.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청포도’), “다시 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광야’)은 이육사가 열렬히 희구한 이념적 비전이자 민족의 미래 얼굴이다.

그 이념을, 그 미래를 오로지 사랑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 ‘절정’에는 이념의 푯대로 자신의 몸을 꼿꼿이 세운 이의 열렬한 고독 같은 것이 깔려 있다.

신석초는 이 시에서 “일제에 쫓기는 혁명가의 어쩔 수 없는 위기” 지점을 읽지만, 이 절정의 시공은 쫓기는 혁명가가 내몰린 마지막 장소라기보다는 혁명가가 선택한 지향점을 가장 날카롭게 가리키고 있는 화살표의 끝 같은 곳이다. 그러므로 한 발도 더는 허락하지 않는 이 절정에서 눈 감고 생각해 볼 때 ‘강철로 된 무지개’는 떠오르는 것이다. 가장 찬 계절, 가장 차가운 땅에서 혁명적 로맨티시즘이 획득한 절정의 이미지로 ‘강철로 된 무지개’는 저쪽에서 이쪽까지 걸려 있다.

김행숙 시인·강남대 교수

출처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lyk3390&folder=13&list_id=973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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